대한항공 성폭력 피해자 '산재 승인'⋯"중등도 우울에피소드"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대한항공 직원 A씨가 산업재해(산재)를 인정받았다.
A씨는 대한항공에서 2008년 3월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2017년 강간미수사건,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한 인사이동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는데, 근로복지공단이 이중 일부를 받아드린 것이다.
주목할 점은 대한항공이 성폭력 등으로 스트레스와 우울 증세를 겪고 있는 A씨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병이 악화됐다고 공단이 판단한 부분이다. 대한항공이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근로복지공단(공단)에 따르면 서울남부지사는 최근 대한항공 직원 A씨가 신청한 요양급여신청(산재보상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급여)을 일부 승인했다.
앞서 A씨는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을 비롯해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한 인사이동, 강간미수 사건 등을 겪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했다. 의료기관은 A씨가 수면장애, 불안, 우울 등의 증세가 있다고 진단했다.
공단은 업무상 질병의 인정여부에 대한 심의결과 △급성 스트레스반응 △비기질성 불면증은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중등도 우울에피스드는 업무와의 상당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우울에피소드는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나뉘며, 이를 진단 받은 환자는 흥미와 즐거움이 감소하고 집중장애와 최소한의 노력에도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또 잠을 잘 자지 못하며 식욕부진은 물론 자신감이 결여되고 죄책감이나 가치 없음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공단은 "A씨가 주장하는 인사이동 및 업무배제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2008년 상사로부터 성추행 사건, 그리고 2017년 성폭행 사건을 경험했던 점, 이에 대한 적절한 처리가 사내에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노동부의 처분에 대해 회사가 소를 제기하는 등 회사의 처리태도 역시 지원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진정, 고소, 소송 등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과정 중 상병(우울증에피소드)이 발생하고 악화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와 업무와의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산재 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성폭력 피해자 A씨는 지난 2019년 12월 회사에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력 당한 사실을 알리고 회사에 적절한 조치(사내 성폭력과 2차 피해 조사 등)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가해자를 징계절차 없이 퇴사시켰다. 이후 2020년 7월, A씨는 대한항공이 사용자로 관리 감독 및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에 돌입했고, 2년 만인 올해 7월 21일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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