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 떠오른 '친족 성폭력'···공소시한 연장 논의도
최근 '친족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며 친족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거나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친족의 범위는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규정한다. 친족 성폭력은 이처럼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벌어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그동안 세간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재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글과 청주에서 의붓아버지에게 학대와 성폭력을 당한 여중생과 그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두 여중생 사건' 등이 세상에 알려지며 그 심각성이 대두됐다.
# '친인척' 성폭력 가해자 전체 16.4%지만···'암수율' 맹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3월 19일 발간한 '2020년 상담현황 및 전체 통계'에 따르면 총 620건의 상담 사례 가운데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는 총 59건(9.5%), 친족 외 인척은 43건(6.9%)이었다. 친인척이 가해자인 경우는 전체 16.4%에 육박하는 것이다.
문제는 친족 성폭력의 경우 다른 사례보다 암수율(실제 범죄가 발생했지만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비율)이 높은 범죄로 꼽힌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 즉,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그 이유로는 가족 구성원들이 피해자에게 회유나 협박을 통해 은닉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 꼽힌다. 구성원들이 먼저 나서 피해자에게 '너만 말하지 않으면 된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실제 앞서 밝힌 국민청원 작성자 역시 해당 글에서 부모님에게 자신에게 성폭력을 가한 오빠의 어떠한점이 싫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돌아온 답은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번 안아주고 그래라"였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가족 구성원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다.
연령이 낮아질 수록 더욱 친족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는 비중도 높다.
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성인보다 청소년일 수록 친인척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더욱 높았으며 이는 연령대가 낮아질 수록 비율이 더욱 커졌다.
상담소 통계에서 피해자 연령별 가해자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성인은 △직장(38.9%) △친밀한 관계(14.3%) 순이었으며 이를 제외한 '그 외' 사례는 46.8%로 집계됐다.
반면 청소년의 경우 △친족(15.9%) △인터넷(15.9%) △학교(13.4%) △친족 외 인척(7.3%) 등이었다. 그 외 사례는 47.5%다.
어린이(8~13세)나 7세 이하 유아의 경우 더욱 심각했다.
어린이는 △친족 외 인척(35.3%) △친족(33.3%)였고 그 외는 31.4%로 나타났다. 친인척이 '그외' 사례를 역전했다.
유아의 경우 △친족(47.8%) △친족 외 인척(39.1%) △그외 (13.1%)로, 가해자가 친인척인 경우는 86.9%에 육박한다.
장윤미 변호사(여성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19일 연령대가 낮을 수록 성범죄에 더욱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배경에 관해 어린이나 유아의 경우 성 지식이 미비하기 때문에, 가해자의 행위가 어떤 맥락을 지니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가해자는 아이들이 '모른다'는 점을 악용하기 때문에, 죄질이 더욱 나쁘다는 취지다.
게다가 어린이나 유아는 법적인 부분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친족 성폭력의 경우에서도 가해자가 '아이와 합의했다'고 주장할 경우, 재판부에서 이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지적이다.
장 변호사는 "특히 아동 성범죄의 경우 '아동의 합의 의사'를 양형요소에 참작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소시효 7년→10년 연장됐지만···피해자 상황 고려해야
현재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는 10년으로 규정한다. 2007년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당초 7년에서 3년 늘어난 10년으로 개정됐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6월 19일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한다는 골자의 '성폭력범죄 등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다만 이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별다른 논의가 되지 못한 채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 의원은 개정안에서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인일 경우 신고가 어려운 친족관계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특례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어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장 변호사는 "피해자가 성인이 됐다고 해도 자신이 놓인 환경에 따라 사실상 가해자를 고소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면서 가해자에 대해 기계적으로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건 피해자의 고통을 배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나 장애인 같이 신고 여부에 대한 판단능력이 결여되거나 부족한 경우 공소시효를 연장하거나 배제하는데, 친족 성폭력 역시 '친족'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 변호사는 "(친족 성폭력 고발은) 피해자가 '용기내 고발하면 된다'는 성질과 결이 다르다"며 "피해자의 경제적 의존도 등 여러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해자와 즉각 분리가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학교 등 아동·청소년 보호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거나, 친족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지원이 연계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앞선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인원이 정부 답변요건인 20만 명을 돌파하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정 장관은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피해 청소년의 의사를 신속히 확인해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입소, 심리상담, 의료·법률지원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며 피해 청소년의 일상 복귀를 돕겠다고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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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최근 '친족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며 친족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거나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친족의 범위는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규정한다. 친족 성폭력은 이처럼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벌어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그동안 세간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재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글과 청주에서 의붓아버지에게 학대와 성폭력을 당한 여중생과 그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두 여중생 사건' 등이 세상에 알려지며 그 심각성이 대두됐다.
# '친인척' 성폭력 가해자 전체 16.4%지만···'암수율' 맹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3월 19일 발간한 '2020년 상담현황 및 전체 통계'에 따르면 총 620건의 상담 사례 가운데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는 총 59건(9.5%), 친족 외 인척은 43건(6.9%)이었다. 친인척이 가해자인 경우는 전체 16.4%에 육박하는 것이다.
문제는 친족 성폭력의 경우 다른 사례보다 암수율(실제 범죄가 발생했지만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비율)이 높은 범죄로 꼽힌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 즉,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그 이유로는 가족 구성원들이 피해자에게 회유나 협박을 통해 은닉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 꼽힌다. 구성원들이 먼저 나서 피해자에게 '너만 말하지 않으면 된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실제 앞서 밝힌 국민청원 작성자 역시 해당 글에서 부모님에게 자신에게 성폭력을 가한 오빠의 어떠한점이 싫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돌아온 답은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번 안아주고 그래라"였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가족 구성원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다.
연령이 낮아질 수록 더욱 친족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는 비중도 높다.
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성인보다 청소년일 수록 친인척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더욱 높았으며 이는 연령대가 낮아질 수록 비율이 더욱 커졌다.
상담소 통계에서 피해자 연령별 가해자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성인은 △직장(38.9%) △친밀한 관계(14.3%) 순이었으며 이를 제외한 '그 외' 사례는 46.8%로 집계됐다.
반면 청소년의 경우 △친족(15.9%) △인터넷(15.9%) △학교(13.4%) △친족 외 인척(7.3%) 등이었다. 그 외 사례는 47.5%다.
어린이(8~13세)나 7세 이하 유아의 경우 더욱 심각했다.
어린이는 △친족 외 인척(35.3%) △친족(33.3%)였고 그 외는 31.4%로 나타났다. 친인척이 '그외' 사례를 역전했다.
유아의 경우 △친족(47.8%) △친족 외 인척(39.1%) △그외 (13.1%)로, 가해자가 친인척인 경우는 86.9%에 육박한다.
장윤미 변호사(여성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19일 연령대가 낮을 수록 성범죄에 더욱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배경에 관해 어린이나 유아의 경우 성 지식이 미비하기 때문에, 가해자의 행위가 어떤 맥락을 지니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가해자는 아이들이 '모른다'는 점을 악용하기 때문에, 죄질이 더욱 나쁘다는 취지다.
게다가 어린이나 유아는 법적인 부분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친족 성폭력의 경우에서도 가해자가 '아이와 합의했다'고 주장할 경우, 재판부에서 이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지적이다.
장 변호사는 "특히 아동 성범죄의 경우 '아동의 합의 의사'를 양형요소에 참작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소시효 7년→10년 연장됐지만···피해자 상황 고려해야
현재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는 10년으로 규정한다. 2007년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당초 7년에서 3년 늘어난 10년으로 개정됐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6월 19일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한다는 골자의 '성폭력범죄 등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다만 이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별다른 논의가 되지 못한 채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 의원은 개정안에서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인일 경우 신고가 어려운 친족관계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특례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어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장 변호사는 "피해자가 성인이 됐다고 해도 자신이 놓인 환경에 따라 사실상 가해자를 고소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면서 가해자에 대해 기계적으로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건 피해자의 고통을 배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나 장애인 같이 신고 여부에 대한 판단능력이 결여되거나 부족한 경우 공소시효를 연장하거나 배제하는데, 친족 성폭력 역시 '친족'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 변호사는 "(친족 성폭력 고발은) 피해자가 '용기내 고발하면 된다'는 성질과 결이 다르다"며 "피해자의 경제적 의존도 등 여러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해자와 즉각 분리가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학교 등 아동·청소년 보호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거나, 친족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지원이 연계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앞선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인원이 정부 답변요건인 20만 명을 돌파하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정 장관은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피해 청소년의 의사를 신속히 확인해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입소, 심리상담, 의료·법률지원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며 피해 청소년의 일상 복귀를 돕겠다고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