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패싱아웃' 동료와 성관계.."합의? 못믿겠다" 실형
만취한 직장 동료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블랙아웃이 아닌 패싱아웃으로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눈길을 끌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지난 6일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 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밤 서울 종로구의 한 주점에서 직장동료 B씨와 함께 술을 마셨고, 만취해 심신상실 상태인 B씨를 숙박업소에 데리고 들어가 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가 아닌 패싱아웃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며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등의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아 피고인이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해도 실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 구분법상 블랙아웃은 음주 후 기억을 잃는 것이며, '패싱아웃'은 여기에서 나아가 의식까지 상실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법원이 성균관대에 용역을 맡겨 진행한 '형사재판에서 블랙아웃 현상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알코올 블랙아웃은 개인이 일정한 과거의 상황을 회상해낼 수 없을 뿐 그 상황이 전개되는 동안에 의식은 잃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반면,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위험할 정도의 높은 등급의 알코올 때문에 의식상실에 이르는 경우는 패싱아웃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재판부는 사건의 전후 사정을 고려해 당시 B씨가 의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가 제3자들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나 피고인이 제3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들, 피고인과 피해자의 이 사건 이전 관계 등을 종합해서 볼 때 피해자가 심신상실상태인 패싱아웃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C씨의 상고심에서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처음 만난 미성년자와 2~3분간 대화를 한 뒤 함께 술집을 찾아다니다 숙박업소에 데려간 뒤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C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C씨의 관계, 함께 숙박업소에 간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C씨와 성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했다고 볼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이런 제반 사정 고려 없이 블랙아웃이 발생해 피해자가 기억을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A씨 사건 1심 판결을 두고 "패싱아웃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의 기조를 따라가고 있는 판례"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이 불분명한 경우에 대해 "항거불가능한 폭력이나 저항할 수 없는 협박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성적 자기결정자유의 진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패싱아웃의 범위는 폭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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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만취한 직장 동료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블랙아웃이 아닌 패싱아웃으로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눈길을 끌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지난 6일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 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밤 서울 종로구의 한 주점에서 직장동료 B씨와 함께 술을 마셨고, 만취해 심신상실 상태인 B씨를 숙박업소에 데리고 들어가 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가 아닌 패싱아웃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며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등의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아 피고인이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해도 실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 구분법상 블랙아웃은 음주 후 기억을 잃는 것이며, '패싱아웃'은 여기에서 나아가 의식까지 상실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법원이 성균관대에 용역을 맡겨 진행한 '형사재판에서 블랙아웃 현상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알코올 블랙아웃은 개인이 일정한 과거의 상황을 회상해낼 수 없을 뿐 그 상황이 전개되는 동안에 의식은 잃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반면,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위험할 정도의 높은 등급의 알코올 때문에 의식상실에 이르는 경우는 패싱아웃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재판부는 사건의 전후 사정을 고려해 당시 B씨가 의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가 제3자들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나 피고인이 제3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들, 피고인과 피해자의 이 사건 이전 관계 등을 종합해서 볼 때 피해자가 심신상실상태인 패싱아웃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C씨의 상고심에서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처음 만난 미성년자와 2~3분간 대화를 한 뒤 함께 술집을 찾아다니다 숙박업소에 데려간 뒤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C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C씨의 관계, 함께 숙박업소에 간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C씨와 성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했다고 볼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이런 제반 사정 고려 없이 블랙아웃이 발생해 피해자가 기억을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A씨 사건 1심 판결을 두고 "패싱아웃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의 기조를 따라가고 있는 판례"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이 불분명한 경우에 대해 "항거불가능한 폭력이나 저항할 수 없는 협박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성적 자기결정자유의 진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패싱아웃의 범위는 폭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