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데, 왜 저보고 자꾸 애를 죽이라고 하냐’고.”(해바라기센터 직원 ㄱ씨)

한겨레 24-02-25 14:50 135 1

 

제가 (피해자를) 모시고 가면 (임신중지 시술을) 해주기는 하는데, 수술하는 의사 선생님이 저한테 그렇게 말했거든요. 자기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데, 왜 저보고 자꾸 애를 죽이라고 하냐.”(해바라기센터 직원 )

 

의사 선생님 중에서도 정말 낙태반대 강경론자들이 많이 있어요. (중략) ‘낙태죄가 폐지된 건 진짜로 너무나 잘한 결정인데, 그걸 사회가 전혀 따라가질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해바라기센터 직원 )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가 설치된 수탁병원 10곳 중 3곳은 성폭력 피해자의 임신중지 시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형법상 낙태죄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2021년부터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됐는데도, 여전히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보건의료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2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단 지원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해바라기센터 35개소(전국 총 39개소) 가운데 낙태죄가 폐지된 202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성폭력 피해자의 임신 상담 및 지원 경험이 한 건이라도 있는 기관은 85.7%(30개소).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상담·의료·법률·수사 지원을 통합 제공하는 기관으로, 현재 국공립병원에 19개소, 민간병원에 20개소가 설치돼 있다.

 

해바라기센터로부터 임신 관련한 의료 지원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 중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인원이 53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연유산 등 기타 의료 지원을 받은 사람이 17, 출산 의료 지원이 3명이었다.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 35곳 중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지 시술이 가능한 곳은 25개소(71.4%)에 그쳤다. 시술이 불가능한 나머지 10개소는 주로(80.0%) 외부 병원으로 피해자를 연계해 임신중지 시술을 진행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임신중지 의료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수탁병원에서도 병원의 지원 절차 부족이나 의료인의 거부 등을 겪는 경우가 있어, 실제 시술이 가능한 병원은 더 적을 것으로 봤다.

 

임신중지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25개소)에서 어떤 기준으로 지원하는지 알아본 결과, ‘(경찰) 신고 또는 고소가 필수라고 응답한 기관이 14개소로 절반 이상(56.0%)이었다. 피해자가 2차 가해 등을 우려해 신고 또는 고소를 하지 못하면 지원을 못 받는 셈이다.

 

또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 청소년일 때 임신중지 의료 지원을 위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관은 23개소(92.0%)에 달했다. 이는 성폭력 피해 또는 임신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기 어려운 청소년 피해자 지원을 어렵게 한다.

 

연구진은 피해자가 안전하게 (임신중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의 접근성을 높일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일차적으로는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과 성폭력 전담의료기관에서 임신중단 의료를 당연히 제공하도록 하는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 전담의료기관이 아니더라도 임신중단 의료 제공이 가능한 의료기관과 의료 제공 범위를 파악하고, 기관 검색 시스템을 구축해 성폭력 피해자를 포함해 임신중단이 필요한 사람들의 의료 접근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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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피해자를) 모시고 가면 (임신중지 시술을) 해주기는 하는데, 수술하는 의사 선생님이 저한테 그렇게 말했거든요. 자기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데, 왜 저보고 자꾸 애를 죽이라고 하냐’고.”(해바라기센터 직원 ㄱ씨)

     

    “의사 선생님 중에서도 정말 ‘낙태’ 반대 강경론자들이 많이 있어요. (중략) ‘낙태죄’가 폐지된 건 진짜로 너무나 잘한 결정인데, 그걸 사회가 전혀 따라가질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해바라기센터 직원 ㄴ씨)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가 설치된 수탁병원 10곳 중 3곳은 성폭력 피해자의 임신중지 시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2021년부터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됐는데도, 여전히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보건의료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2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단 지원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해바라기센터 35개소(전국 총 39개소) 가운데 ‘낙태죄’가 폐지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성폭력 피해자의 임신 상담 및 지원 경험이 한 건이라도 있는 기관은 85.7%(30개소)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상담·의료·법률·수사 지원을 통합 제공하는 기관으로, 현재 국공립병원에 19개소, 민간병원에 20개소가 설치돼 있다.

     

    해바라기센터로부터 임신 관련한 의료 지원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 중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인원이 53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연유산 등 기타 의료 지원을 받은 사람이 17명, 출산 의료 지원이 3명이었다.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 35곳 중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지 시술이 가능한 곳은 25개소(71.4%)에 그쳤다. 시술이 불가능한 나머지 10개소는 주로(80.0%) 외부 병원으로 피해자를 연계해 임신중지 시술을 진행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임신중지 의료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수탁병원에서도 병원의 지원 절차 부족이나 의료인의 거부 등을 겪는 경우가 있어, 실제 시술이 가능한 병원은 더 적을 것으로 봤다.

     

    임신중지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25개소)에서 어떤 기준으로 지원하는지 알아본 결과, ‘(경찰) 신고 또는 고소가 필수’라고 응답한 기관이 14개소로 절반 이상(56.0%)이었다. 피해자가 2차 가해 등을 우려해 신고 또는 고소를 하지 못하면 지원을 못 받는 셈이다.

     

    또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 청소년일 때 임신중지 의료 지원을 위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관은 23개소(92.0%)에 달했다. 이는 성폭력 피해 또는 임신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기 어려운 청소년 피해자 지원을 어렵게 한다.

     

    연구진은 “피해자가 안전하게 (임신중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의 접근성을 높일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며 “일차적으로는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과 성폭력 전담의료기관에서 임신중단 의료를 당연히 제공하도록 하는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 전담의료기관이 아니더라도 임신중단 의료 제공이 가능한 의료기관과 의료 제공 범위를 파악하고, 기관 검색 시스템을 구축해 성폭력 피해자를 포함해 임신중단이 필요한 사람들의 의료 접근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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