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범죄...
“가해자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젊은 여성 환자를 본인에게 배정하라고 하고, 치료를 명목으로 신체적 접촉을 일삼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들을 보며 끊임없는 죄책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2년 동안 물리치료사로 일한 장맑음씨는 상사의 성희롱을 신고하며 퇴사한 뒤 1년 넘게 상사의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상사는 장씨 등에게 수시로 신체접촉을 시도하고, 거부하면 연차 사용을 반려하는 등 수법으로 괴롭혔다.
상사의 성희롱은 직원과 환자를 가리지 않았다. 상사는 젊은 여성 환자들을 자신 앞으로 배정하도록 하고, 환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자가 예쁘지 않다” “약지에 반지 낀 걸 못 봤느냐”며 직원들을 타박했다. 참다 못한 장씨는 퇴사 후 병원에 이를 신고했지만, 병원 측은 폐쇄회로(CC)TV도 확인하지 않고 ‘(상사에게) 성희롱의 의도가 없었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노동청이 상사의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했음에도 장씨는 징계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장씨는 “퇴사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사건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중단할 수 없고, 사회적 재활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매일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느낀다”며 “부디 이 끝나지 않는 싸움이 다른 피해자들에게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언젠가는 직장 내 성폭력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진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직장 내 성폭력을 신고한 여성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은 신고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의무 위반’ ‘불리한 처우’ 등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이익은 형사처벌까지 가능한데도 실제 처벌 비율은 10% 이하였다. 1년 전 이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숨진 피해자도 서울교통공사와 사법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했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사건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가와 사회는 여성 직장인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권인숙 의원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은 1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여성을 살리는 일터’ 토론회를 열었다.
직장갑질119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단체가 받은 직장 내 젠더폭력 제보 595건을 전수분석했다. 유형별(중복집계)로 보면 ‘성차별적 괴롭힘’이 328건(55.1%), ‘직장 내 성희롱’이 322건(54.1%), ‘직장 내 괴롭힘’이 381건(65.1%)으로 나타났다.
신고자들은 법·제도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신고자의 54.2%는 신고 후 조사 등 ‘조치의무 위반’을 경험했다. 58.8%는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겪었다. 조치의무 위반은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불리한 처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이 이렇지만 현실에서는 신고자 10명 중 1명도 보호받지 못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신고사건 449건 중 노동부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은 7.8%(35건)뿐이었다. ‘조사의무’ 위반 과태료 처분은 6.2%(742건 중 46건), ‘피해자 보호조치’ 위반 과태료 처분은 1.1%(182건 중 2건), ‘즉시 징계조치’ 위반 과태료 처분은 4.8%(833건 중 40건)에 그쳤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 A씨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가해자가 집까지 찾아오고 문자와 등기 등을 보냈지만, 수사관은 ‘피해자를 출근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가해자의 거짓말을 정당한 이유라고 판단했다”며 “스토킹보호법이 있지만 저는 보호받지 못했고 폭행·해고·정직 등 불이익 조치를 당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범죄를 개인 간의 사건이 아니라 ‘노동자 안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 의무를 부과해야 제대로 된 재발방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일터 젠더폭력을 산업재해로 인식하는 의미와 효과는, 문제의 원인과 개선의 초점을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일터라는 조직에 맞춘다는 데 있다”며 “사용자가 안전한 일터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고, 원인 진단과 대책 마련에 노동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호 사단법인 선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방지법에 사용자 책임을 명시하도록 법 개정을 제안한다”며 “일터 안전과 평등에 관해 사업주 책임을 명시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에 젠더폭력 관련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를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법·제도 정비와 인식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양정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와 사법·수사기관 등이 최소한만 하느라 비극이 발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인식개선과 더불어 더욱 촘촘한 법률이 사용자 책임을 강화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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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가해자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젊은 여성 환자를 본인에게 배정하라고 하고, 치료를 명목으로 신체적 접촉을 일삼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들을 보며 끊임없는 죄책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2년 동안 물리치료사로 일한 장맑음씨는 상사의 성희롱을 신고하며 퇴사한 뒤 1년 넘게 상사의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상사는 장씨 등에게 수시로 신체접촉을 시도하고, 거부하면 연차 사용을 반려하는 등 수법으로 괴롭혔다.
상사의 성희롱은 직원과 환자를 가리지 않았다. 상사는 젊은 여성 환자들을 자신 앞으로 배정하도록 하고, 환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자가 예쁘지 않다” “약지에 반지 낀 걸 못 봤느냐”며 직원들을 타박했다. 참다 못한 장씨는 퇴사 후 병원에 이를 신고했지만, 병원 측은 폐쇄회로(CC)TV도 확인하지 않고 ‘(상사에게) 성희롱의 의도가 없었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노동청이 상사의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했음에도 장씨는 징계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장씨는 “퇴사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사건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중단할 수 없고, 사회적 재활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매일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느낀다”며 “부디 이 끝나지 않는 싸움이 다른 피해자들에게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언젠가는 직장 내 성폭력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진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직장 내 성폭력을 신고한 여성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은 신고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의무 위반’ ‘불리한 처우’ 등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이익은 형사처벌까지 가능한데도 실제 처벌 비율은 10% 이하였다. 1년 전 이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숨진 피해자도 서울교통공사와 사법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했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사건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가와 사회는 여성 직장인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권인숙 의원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은 1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여성을 살리는 일터’ 토론회를 열었다.
직장갑질119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단체가 받은 직장 내 젠더폭력 제보 595건을 전수분석했다. 유형별(중복집계)로 보면 ‘성차별적 괴롭힘’이 328건(55.1%), ‘직장 내 성희롱’이 322건(54.1%), ‘직장 내 괴롭힘’이 381건(65.1%)으로 나타났다.
신고자들은 법·제도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신고자의 54.2%는 신고 후 조사 등 ‘조치의무 위반’을 경험했다. 58.8%는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겪었다. 조치의무 위반은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불리한 처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이 이렇지만 현실에서는 신고자 10명 중 1명도 보호받지 못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신고사건 449건 중 노동부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은 7.8%(35건)뿐이었다. ‘조사의무’ 위반 과태료 처분은 6.2%(742건 중 46건), ‘피해자 보호조치’ 위반 과태료 처분은 1.1%(182건 중 2건), ‘즉시 징계조치’ 위반 과태료 처분은 4.8%(833건 중 40건)에 그쳤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 A씨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가해자가 집까지 찾아오고 문자와 등기 등을 보냈지만, 수사관은 ‘피해자를 출근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가해자의 거짓말을 정당한 이유라고 판단했다”며 “스토킹보호법이 있지만 저는 보호받지 못했고 폭행·해고·정직 등 불이익 조치를 당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범죄를 개인 간의 사건이 아니라 ‘노동자 안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 의무를 부과해야 제대로 된 재발방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일터 젠더폭력을 산업재해로 인식하는 의미와 효과는, 문제의 원인과 개선의 초점을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일터라는 조직에 맞춘다는 데 있다”며 “사용자가 안전한 일터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고, 원인 진단과 대책 마련에 노동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호 사단법인 선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방지법에 사용자 책임을 명시하도록 법 개정을 제안한다”며 “일터 안전과 평등에 관해 사업주 책임을 명시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에 젠더폭력 관련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를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법·제도 정비와 인식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양정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와 사법·수사기관 등이 최소한만 하느라 비극이 발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인식개선과 더불어 더욱 촘촘한 법률이 사용자 책임을 강화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