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 막으려면,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ggg 22-11-16 11:03 61 1

“누구나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피해자를 견디게 하는 힘은 단 한명이라도 피해자 옆을 지켜주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데 있습니다. 피해자 일상 회복에 주변사람들이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형평운동 99주년을 맞아 열린 ‘영화 「경아의 딸」 상영 및 시네마 토크 행사’에서 진주여성회 전옥희 대표와 페미씨네 김지영 씨는 이 같이 강조했다. 영화 「경아의 딸」은 일상을 살아가던 교사 연수가, 전 남자친구로부터 디지털 성폭력을 당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경아의 딸」은 2022년 6월 개봉한 작품이다.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연수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연수와의 성관계 영상을 연수의 가족이나 친구, 인터넷 불법 누리집에 올리는 범죄행위를 시작으로 흘러간다. 교사이던 연수는 이 사건 이후 직장과 일상을 잃는다. 대인기피증도 겪는다. 연수의 엄마인 경아는 연수의 성관계 영상을 본 뒤, 연수를 위로하기보다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을 하며 서로 멀어진다. 연수는 그 와중에도 일상을 회복하려 힘쓰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각종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알고 보면, 경아 또한 피해자였다. 그는 오랜 기간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왔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고통을 감내해왔던 사람이다. 그는 연수의 상황에 망연자실하고 험담을 내뱉기도 하지만, 결국 연수의 아픔에 공감하며 일상회복을 위해 힘쓴다. 영화는 연수가 다시 사회로 걸어 나오는 모습과, 경아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이웃들로부터 손가락질까지 받아야 했던 동네를 떠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일상을 회복하려는 연수와 경아가 실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채로.

 


이날 대담자로 나선 진주여성회 전옥희 대표와 페미씨네 김지영 씨
4일 열린 행사는 영화에 비친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두고 이야기 나누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담자로 나선 진주여성회 전옥희 대표와 페미씨네 김지영 씨는 “(극 중) 연수가 살아남아 일상을 회복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 안도했다”면서도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갑갑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폭력으로 일상을 잃어야 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상황에 공감했고, 영화 내용이 우리 가까운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면서다. 이들은 피해자를 둔 2차 가해, 사회적 인식 문제, ‘웹하드 카르텔’ 문제 등을 지적하며, 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영화 속 2차 가해 문제를 지적하며, 이 같은 일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 연수의 엄마이면서, 가정폭력 피해자이기도 한 경아가 연수의 성관계 영상 유포 후 “XX 같다”라며 딸에게 2차 가해를 한 것, 또 연수의 친구들이 뒷자리에서 2차 가해 발언을 한 점 등을 거론하면서다. 이들은 대표적 2차 가해가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둔 복장 문제 지적이라면서 “길을 가다 칼에 찔린 사람에게, 왜 거기 가 있었느냐 혹은 범죄를 유발할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식의 반응을 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없어지려면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지영 씨는 “디지털 성범죄를 당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디지털 성폭력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며 “범죄가 일어나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야 한다”고 했다. 전옥희 대표는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여러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데, 사회는 ‘피해자다움’만을 요구한다”며 “연수가 아파하면서도, 일에 집중하고 웃기도 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불법영상이 끝없이 유포되는 원인에 ‘웹하드 카르텔’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불법 동영상을 업로드 하는 웹하드 업체, 불법 영상을 데이터화해 업로드가 불가능하게 하는 필터링 업체, 그리고 불법 영상을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가 서로 연계돼 불법 영상물을 돈이 되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영화에서 연수는 불법 영상물을 삭제하기 위해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고용하지만, 디지털 장의사 업체는 일정시기마다 계약연장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다. 이들은 이것이 ‘웹하드 카르텔’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진주여성회 전옥희 대표는 이날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디지털 성범죄 유통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막을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산업, 자본과 병합해 (불법 영상물이) 돈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걸 막으려면 우리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 결국은 정치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 연수를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다행”이라며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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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누구나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피해자를 견디게 하는 힘은 단 한명이라도 피해자 옆을 지켜주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데 있습니다. 피해자 일상 회복에 주변사람들이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형평운동 99주년을 맞아 열린 ‘영화 「경아의 딸」 상영 및 시네마 토크 행사’에서 진주여성회 전옥희 대표와 페미씨네 김지영 씨는 이 같이 강조했다. 영화 「경아의 딸」은 일상을 살아가던 교사 연수가, 전 남자친구로부터 디지털 성폭력을 당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경아의 딸」은 2022년 6월 개봉한 작품이다.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연수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연수와의 성관계 영상을 연수의 가족이나 친구, 인터넷 불법 누리집에 올리는 범죄행위를 시작으로 흘러간다. 교사이던 연수는 이 사건 이후 직장과 일상을 잃는다. 대인기피증도 겪는다. 연수의 엄마인 경아는 연수의 성관계 영상을 본 뒤, 연수를 위로하기보다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을 하며 서로 멀어진다. 연수는 그 와중에도 일상을 회복하려 힘쓰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각종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알고 보면, 경아 또한 피해자였다. 그는 오랜 기간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왔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고통을 감내해왔던 사람이다. 그는 연수의 상황에 망연자실하고 험담을 내뱉기도 하지만, 결국 연수의 아픔에 공감하며 일상회복을 위해 힘쓴다. 영화는 연수가 다시 사회로 걸어 나오는 모습과, 경아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이웃들로부터 손가락질까지 받아야 했던 동네를 떠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일상을 회복하려는 연수와 경아가 실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채로.

     


    이날 대담자로 나선 진주여성회 전옥희 대표와 페미씨네 김지영 씨
    4일 열린 행사는 영화에 비친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두고 이야기 나누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담자로 나선 진주여성회 전옥희 대표와 페미씨네 김지영 씨는 “(극 중) 연수가 살아남아 일상을 회복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 안도했다”면서도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갑갑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폭력으로 일상을 잃어야 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상황에 공감했고, 영화 내용이 우리 가까운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면서다. 이들은 피해자를 둔 2차 가해, 사회적 인식 문제, ‘웹하드 카르텔’ 문제 등을 지적하며, 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영화 속 2차 가해 문제를 지적하며, 이 같은 일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 연수의 엄마이면서, 가정폭력 피해자이기도 한 경아가 연수의 성관계 영상 유포 후 “XX 같다”라며 딸에게 2차 가해를 한 것, 또 연수의 친구들이 뒷자리에서 2차 가해 발언을 한 점 등을 거론하면서다. 이들은 대표적 2차 가해가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둔 복장 문제 지적이라면서 “길을 가다 칼에 찔린 사람에게, 왜 거기 가 있었느냐 혹은 범죄를 유발할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식의 반응을 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없어지려면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지영 씨는 “디지털 성범죄를 당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디지털 성폭력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며 “범죄가 일어나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야 한다”고 했다. 전옥희 대표는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여러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데, 사회는 ‘피해자다움’만을 요구한다”며 “연수가 아파하면서도, 일에 집중하고 웃기도 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불법영상이 끝없이 유포되는 원인에 ‘웹하드 카르텔’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불법 동영상을 업로드 하는 웹하드 업체, 불법 영상을 데이터화해 업로드가 불가능하게 하는 필터링 업체, 그리고 불법 영상을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가 서로 연계돼 불법 영상물을 돈이 되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영화에서 연수는 불법 영상물을 삭제하기 위해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고용하지만, 디지털 장의사 업체는 일정시기마다 계약연장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다. 이들은 이것이 ‘웹하드 카르텔’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진주여성회 전옥희 대표는 이날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디지털 성범죄 유통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막을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산업, 자본과 병합해 (불법 영상물이) 돈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걸 막으려면 우리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 결국은 정치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 연수를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다행”이라며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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