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엔 유독 흉악 사건이 많았다.

지난해 여름엔 유독 흉악 사건이 많았다.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현역 인근서 20대 남성이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하고 백화점에서 칼을 휘둘러 2명이 죽고 12명이 다치는 일명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지 2주만이었다. 서현역 사건 2주 뒤엔 신림동 등산로에서 대낮에 강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신림동 칼부림 사건 피의자 조선(34),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최윤종(31)은 1심과 2심에서 검찰이 구형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현역 칼부림 사건의 범인 최원종(23)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오는 20일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최원종에 사형을 구형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현역 AK플라자 2층 출입구로부터 100여m 떨어진 고가도로 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길가엔 작은 화단과 꽃 몇 송이가 놓여 있었다. 이곳은 바로 1년 전 최원종이 몰은 차에 의해 60대 여성 이희남씨가 치어 숨진 곳. 그로부터 10m 앞에선 20대 여성 김혜빈씨가 역시 최원종의 차에 의해 치어 숨진 곳이 빨간줄로 표시돼 있었다. 이날 이씨의 큰딸 이모(38)씨와 작은딸 이모(34)씨, 김씨의 부친 김모(57)씨와 모친 김모(53)씨는 “평범한 일상이 그날 한순간에 무너졌고 모든 것이 멈춘 기분”이라며 “분당에서 수십년을 살았는데 사고 장소를 지날 때면 1년 전의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라 빙 돌아가게 된다”고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서현역 사건 유족들은 2심에서 최원종에 꼭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재판부가 엄벌을 내려줄 것을 호소했다. 이희남씨 작은딸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기징역과 사형이 주는 죄의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며 “무기징역은 가석방도 가능하기에 종신형도 아니지 않나”고 했다. 김혜빈씨 부친은 “누군가의 인생을 해치면 내 인생도 없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며 “악의를 갖고 사람을 차로 박고 칼로 찌르고 다니기까지 했음에도 강한 처벌이 안 이뤄진다면 되겠나”라고 했다. 그는 또 “이 사건에도 사형선고가 안 내려지면 모든 범죄가 차별화되지 않고 이런 살인이 만연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유족들은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내고 도주한 뒤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이 안 된 것을 보고 하나의 사례가 되고 법이 우스워졌다”며 “이번 판결이 앞으로 흉악 범죄 판결들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들은 사고 이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등 지자체에서 1년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위로나 사과가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사고 이후 병원에 혼수 상태로 김혜빈씨가 누워있을 때 경기도청에서 직원이 매일 나와 김씨 상태를 물었지만 정작 도지사가 병원에 직접 와보거나 연락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 외 기초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도 모두 장례식장에 보내달란 적 없는 깃발만 보내고 실제로 찾아온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고 했다. 유족들은 특히 최근 시청역 사고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서 유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을 보고 일종의 박탈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김혜빈씨 모친은 “지자체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지방 분권 시대라면서 특별시민만 시민인가”라고 했다.
이들은 누군가에 피해를 입히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다는 것을 재판부가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희남씨 작은딸은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차를 몰고와 사람을 친 잔혹한 사건에 대해서도 사형이 내려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안전한 사회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혜빈씨 부친은 “사건이 터지고 판례들을 찾아보며 느낀 게 감형 요소 등 범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법들이 많다”며 “재판을 진행할수록 이것이 적절한 죄를 묻기 위한 절차인지, 감형을 위한 절차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족들은 가족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희남씨 작은딸은 “우리 어머니와 혜빈씨의 죽음이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밑거름이 됐음 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김혜빈씨 모친은 “유족들이 이 사건 사형 선고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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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지난해 8월 3일 발생한 묻지마 범죄인 서현역 칼부림 사건 1주기를 앞두고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앞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당시 범인이 인도로 차를 몰고 난입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장엔 시민들이 가져다놓은 꽃이 놓여 있었다. /조인원 기자
지난해 여름엔 유독 흉악 사건이 많았다.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현역 인근서 20대 남성이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하고 백화점에서 칼을 휘둘러 2명이 죽고 12명이 다치는 일명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지 2주만이었다. 서현역 사건 2주 뒤엔 신림동 등산로에서 대낮에 강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신림동 칼부림 사건 피의자 조선(34),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최윤종(31)은 1심과 2심에서 검찰이 구형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현역 칼부림 사건의 범인 최원종(23)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오는 20일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최원종에 사형을 구형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현역 AK플라자 2층 출입구로부터 100여m 떨어진 고가도로 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길가엔 작은 화단과 꽃 몇 송이가 놓여 있었다. 이곳은 바로 1년 전 최원종이 몰은 차에 의해 60대 여성 이희남씨가 치어 숨진 곳. 그로부터 10m 앞에선 20대 여성 김혜빈씨가 역시 최원종의 차에 의해 치어 숨진 곳이 빨간줄로 표시돼 있었다. 이날 이씨의 큰딸 이모(38)씨와 작은딸 이모(34)씨, 김씨의 부친 김모(57)씨와 모친 김모(53)씨는 “평범한 일상이 그날 한순간에 무너졌고 모든 것이 멈춘 기분”이라며 “분당에서 수십년을 살았는데 사고 장소를 지날 때면 1년 전의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라 빙 돌아가게 된다”고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서현역 사건 유족들은 2심에서 최원종에 꼭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재판부가 엄벌을 내려줄 것을 호소했다. 이희남씨 작은딸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기징역과 사형이 주는 죄의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며 “무기징역은 가석방도 가능하기에 종신형도 아니지 않나”고 했다. 김혜빈씨 부친은 “누군가의 인생을 해치면 내 인생도 없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며 “악의를 갖고 사람을 차로 박고 칼로 찌르고 다니기까지 했음에도 강한 처벌이 안 이뤄진다면 되겠나”라고 했다. 그는 또 “이 사건에도 사형선고가 안 내려지면 모든 범죄가 차별화되지 않고 이런 살인이 만연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유족들은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내고 도주한 뒤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이 안 된 것을 보고 하나의 사례가 되고 법이 우스워졌다”며 “이번 판결이 앞으로 흉악 범죄 판결들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들은 사고 이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등 지자체에서 1년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위로나 사과가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사고 이후 병원에 혼수 상태로 김혜빈씨가 누워있을 때 경기도청에서 직원이 매일 나와 김씨 상태를 물었지만 정작 도지사가 병원에 직접 와보거나 연락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 외 기초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도 모두 장례식장에 보내달란 적 없는 깃발만 보내고 실제로 찾아온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고 했다. 유족들은 특히 최근 시청역 사고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서 유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을 보고 일종의 박탈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김혜빈씨 모친은 “지자체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지방 분권 시대라면서 특별시민만 시민인가”라고 했다.
이들은 누군가에 피해를 입히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다는 것을 재판부가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희남씨 작은딸은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차를 몰고와 사람을 친 잔혹한 사건에 대해서도 사형이 내려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안전한 사회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혜빈씨 부친은 “사건이 터지고 판례들을 찾아보며 느낀 게 감형 요소 등 범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법들이 많다”며 “재판을 진행할수록 이것이 적절한 죄를 묻기 위한 절차인지, 감형을 위한 절차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족들은 가족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희남씨 작은딸은 “우리 어머니와 혜빈씨의 죽음이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밑거름이 됐음 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김혜빈씨 모친은 “유족들이 이 사건 사형 선고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박정훈 기자 huni28@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