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뒤, 임신중지율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

0민0 22-06-30 15:43 56 1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뒤, 임신중지율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낙태죄 처벌 조항의 효력이 사라져도 임신중지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임신중지 약물 구입 비용은 이전보다 확연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허가가 미뤄진 사이 음성적 통로로 비싼 약을 구하는 관행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보사연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것으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뤄진 첫 대규모 실태조사다. 앞선 실태조사는 2005년, 2011년, 2018년에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11월19일부터 12월6일까지 15∼49살 여성 8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최근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진 점을 반영해 조사대상 연령을 기존 15∼44살에서 15~49살까지로 늘렸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인공 임신중절 경험률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전보다 감소했다는 점이다. 전체 응답자(15∼49살) 가운데 성경험이 있는 여성의 8.6%가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18년 실태조사와 정확한 비교를 위해 연령을 15∼44살로 좁히면 임신중절 경험률은 이전 조사(10.3%)보다 3.7%p 줄어든 6.6%였다. 임신중지 합법화로 무분별한 임신중지가 늘어날 것이라는 일각의 인식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평균 임신중절 횟수(1.04회) 역시 2018년 실태조사(1.43회)보다 줄었다. 임신중지 경험자(15∼49살)의 평균 임신중지 연령은 28.5살이었다. 임신중지 당시 혼인 상태는 미혼이 50.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법률혼(39.9%), 사실혼·동거(7.9%), 별거·이혼·사별(1.3%) 순이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임신중지를 위해 지출한 비용이 오히려 전보다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는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2018년 실태조사와 정확한 비교를 위해 15∼44살 약물 사용 임신중지 경험자를 대상으로 비용을 물었더니, △10만원 미만 30% △10만∼20만원 20% △50만원 이상이 20%였다. 이는 △10만원 미만 36.3% △10만∼20만원 24.3% △50만원 이상 9.6%였던 2018년 조사와 비교하면, 20만원 미만으로 약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산 사람은 소폭 줄고, 50만원 이상 큰 비용을 지출한 사람은 2배 이상 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 비용이 이전보다 확연히 늘었다”고 밝혔다.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 경험자(15∼44살)는 8.3%였다. 이는 약물만 사용한 경우(2.7%)와 약물 후 수술까지 했다는 응답(5.5%)을 합한 수치다. 수술로 임신중지를 한 비율은 91.8%였다. 2018년 실태조사와 견주면, 수술로 임신중지를 한 비율(90.2%)은 소폭 늘고, 약물로 임신중지를 한 비율(9.8%)은 소폭 줄었다.

약물을 사용한 임신중지는 현행 법 테두리 밖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통을 승인한 임신중지 약물이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지미소’(현대약품)의 승인을 미루고 있다. 애초 품목허가 신청에 대한 심사 처리기한은 지난해 11월7일까지였지만, 추가 자료 요청 등을 이유로 승인은 미뤄진 상태다.

약물을 사용해 임신중지를 한 여성의 대다수는 인터넷 등 음성적인 경로를 찾는 실정이다. 이렇게 얻은 임신중지 약물은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 안전성이 떨어지고,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변수정 보사연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임신중지 약물 불법 유통 규모, 실태 등은 다루지 않았다”다면서도 “불법 유통 약물이 (임신중지 약물 비용)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뒤에도 정부가 임신중지권 보장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여성들은 정보의 결핍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디서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얻었냐’는 질문에 △인터넷(62.6%) △친구 및 지인(40.9%)이라는 응답(중복 응답)이 많았고 △의료인이라고 답한 응답은 28.2%에 불과했다. 꼭 필요한 정보로는 △비용 정보(81.6%)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79.2%)라는 응답(중복 응답)이 많았다. 연구원은 “수술 가능 의료기관, 비용 등 임신중지 가능성과 위험성에 직결되는 정보가 필요해 보인다. 안전한 임신중지 환경을 위해 대체입법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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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뒤, 임신중지율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낙태죄 처벌 조항의 효력이 사라져도 임신중지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임신중지 약물 구입 비용은 이전보다 확연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허가가 미뤄진 사이 음성적 통로로 비싼 약을 구하는 관행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보사연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것으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뤄진 첫 대규모 실태조사다. 앞선 실태조사는 2005년, 2011년, 2018년에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11월19일부터 12월6일까지 15∼49살 여성 8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최근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진 점을 반영해 조사대상 연령을 기존 15∼44살에서 15~49살까지로 늘렸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인공 임신중절 경험률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전보다 감소했다는 점이다. 전체 응답자(15∼49살) 가운데 성경험이 있는 여성의 8.6%가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18년 실태조사와 정확한 비교를 위해 연령을 15∼44살로 좁히면 임신중절 경험률은 이전 조사(10.3%)보다 3.7%p 줄어든 6.6%였다. 임신중지 합법화로 무분별한 임신중지가 늘어날 것이라는 일각의 인식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평균 임신중절 횟수(1.04회) 역시 2018년 실태조사(1.43회)보다 줄었다. 임신중지 경험자(15∼49살)의 평균 임신중지 연령은 28.5살이었다. 임신중지 당시 혼인 상태는 미혼이 50.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법률혼(39.9%), 사실혼·동거(7.9%), 별거·이혼·사별(1.3%) 순이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임신중지를 위해 지출한 비용이 오히려 전보다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는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2018년 실태조사와 정확한 비교를 위해 15∼44살 약물 사용 임신중지 경험자를 대상으로 비용을 물었더니, △10만원 미만 30% △10만∼20만원 20% △50만원 이상이 20%였다. 이는 △10만원 미만 36.3% △10만∼20만원 24.3% △50만원 이상 9.6%였던 2018년 조사와 비교하면, 20만원 미만으로 약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산 사람은 소폭 줄고, 50만원 이상 큰 비용을 지출한 사람은 2배 이상 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 비용이 이전보다 확연히 늘었다”고 밝혔다.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 경험자(15∼44살)는 8.3%였다. 이는 약물만 사용한 경우(2.7%)와 약물 후 수술까지 했다는 응답(5.5%)을 합한 수치다. 수술로 임신중지를 한 비율은 91.8%였다. 2018년 실태조사와 견주면, 수술로 임신중지를 한 비율(90.2%)은 소폭 늘고, 약물로 임신중지를 한 비율(9.8%)은 소폭 줄었다.

    약물을 사용한 임신중지는 현행 법 테두리 밖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통을 승인한 임신중지 약물이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지미소’(현대약품)의 승인을 미루고 있다. 애초 품목허가 신청에 대한 심사 처리기한은 지난해 11월7일까지였지만, 추가 자료 요청 등을 이유로 승인은 미뤄진 상태다.

    약물을 사용해 임신중지를 한 여성의 대다수는 인터넷 등 음성적인 경로를 찾는 실정이다. 이렇게 얻은 임신중지 약물은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 안전성이 떨어지고,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변수정 보사연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임신중지 약물 불법 유통 규모, 실태 등은 다루지 않았다”다면서도 “불법 유통 약물이 (임신중지 약물 비용)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뒤에도 정부가 임신중지권 보장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여성들은 정보의 결핍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디서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얻었냐’는 질문에 △인터넷(62.6%) △친구 및 지인(40.9%)이라는 응답(중복 응답)이 많았고 △의료인이라고 답한 응답은 28.2%에 불과했다. 꼭 필요한 정보로는 △비용 정보(81.6%)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79.2%)라는 응답(중복 응답)이 많았다. 연구원은 “수술 가능 의료기관, 비용 등 임신중지 가능성과 위험성에 직결되는 정보가 필요해 보인다. 안전한 임신중지 환경을 위해 대체입법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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