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성폭력·학대”… 60세 순희씨 ‘수풀원’을 고발하다
황순희(60)씨는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어린 시절 상처가 더욱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가 머물렀던 보육원에서 입었던 마음의 상처는 40년이 지나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황씨는 8일 “그때의 나는 상처밖에 없어서 지금도 너무나 괴롭고 힘들다”고 말했다.
황씨 출생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보육원 입소카드를 통해 그가 부산에서 보자기에 쌓인 채 경찰에게 발견됐으며, 이후 ‘수풀원’이라는 보육원에 보내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풀원에 있던 여자 원생들은 서로를 자매라 불렀고, 부모 대신 자신들을 품어준 설립자 미국인 선교사를 할머니라 부르며 따랐다.
하지만 황씨가 11살이던 1973년쯤 A씨가 관리자로 오면서부터 보육원 분위기는 일순 바뀌었다. “A씨가 신체적 정서적 학대는 물론이고 성적 학대까지 일삼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황씨는 성추행에 시달린 끝에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수풀원을 탈출했다. 자립을 위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떻게든 참으려고 했으나 더 버티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풀원을 나온 후에는 ‘식모’(가사도우미) 일을 전전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다.
수풀원에서의 아픈 기억을 애써 외면하기 위해 가족처럼 지내던 자매들과도 왕래를 끊었다. 그러다 2020년 우연한 기회에 몇몇 자매들과 연락이 닿았고 “40년 전 A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다른 원생들의 얘기를 듣게 됐다.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본 이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황씨는 늦게라도 용기를 내기로 했다. A씨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만료돼 처벌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최소한 사과는 받아야 어릴 적 새겨진 상처가 아물 것 같았다. 그는 현재 목회 활동을 하는 A씨를 수소문해 직접 찾아가 따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이 겪었던 일을 올려 억울함도 호소했다. 하지만 A씨는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되레 국민청원을 문제 삼으며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황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조사에 응했다. “그동안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는 경찰 질문에 황씨는 “다들 무지해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답했다.
황씨는 지난 1월 검찰로부터 ‘혐의없음’(범죄인정 안됨) 판단과 함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처분 통지서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씨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다른 수풀원 원생들의 진술도 일치한 점 등이 고려됐다. 검찰에 앞서 성남 분당경찰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황씨는 기자회견 등 ‘수풀원’ 사건을 공론화하려 준비 중이다. 시민단체인 고아권익연대와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나서 대책위원회도 꾸렸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수풀원 출신 생존 피해자 25명 전원을 접촉해 9명으로부터 구체적인 피해 진술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A씨 및 그 가족의 학대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수풀원 출신 B씨는 “닥치는 대로 머리와 몸을 걷어차였다”며 “허구한 날 피 흘리며 쓰러졌고, 엄살을 피운다며 짓밟히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B씨 머리에는 당시 폭행으로 생긴 상처가 남아있다. 수풀원에 있었던 C씨도 “눈이 많이 오던 날 각목으로 엉덩이를 맞다가 넘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받지 못할 때도 많았다고 한다. B씨는 “배고픔을 견디려 개밥을 먹고 쓰레기통을 뒤져 과일 껍질을 찾아 먹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A씨의 아내가 아이들의 옷을 벗겨 알몸으로 만든 뒤 허리에 개 줄을 묶어둔 장면을 봤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원생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성폭력이 시작됐다는 진술도 여러 명으로부터 나왔다. B씨는 “언젠가는 수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는 희망을 늘 버리지 않았다. 간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사실관계 자체가 틀리다며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는 A씨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사무실로도 찾아갔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44451&code=11131100&cp=du
-
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황순희(60)씨는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어린 시절 상처가 더욱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가 머물렀던 보육원에서 입었던 마음의 상처는 40년이 지나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황씨는 8일 “그때의 나는 상처밖에 없어서 지금도 너무나 괴롭고 힘들다”고 말했다.
황씨 출생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보육원 입소카드를 통해 그가 부산에서 보자기에 쌓인 채 경찰에게 발견됐으며, 이후 ‘수풀원’이라는 보육원에 보내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풀원에 있던 여자 원생들은 서로를 자매라 불렀고, 부모 대신 자신들을 품어준 설립자 미국인 선교사를 할머니라 부르며 따랐다.
하지만 황씨가 11살이던 1973년쯤 A씨가 관리자로 오면서부터 보육원 분위기는 일순 바뀌었다. “A씨가 신체적 정서적 학대는 물론이고 성적 학대까지 일삼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황씨는 성추행에 시달린 끝에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수풀원을 탈출했다. 자립을 위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떻게든 참으려고 했으나 더 버티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풀원을 나온 후에는 ‘식모’(가사도우미) 일을 전전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다.
수풀원에서의 아픈 기억을 애써 외면하기 위해 가족처럼 지내던 자매들과도 왕래를 끊었다. 그러다 2020년 우연한 기회에 몇몇 자매들과 연락이 닿았고 “40년 전 A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다른 원생들의 얘기를 듣게 됐다.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본 이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황씨는 늦게라도 용기를 내기로 했다. A씨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만료돼 처벌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최소한 사과는 받아야 어릴 적 새겨진 상처가 아물 것 같았다. 그는 현재 목회 활동을 하는 A씨를 수소문해 직접 찾아가 따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이 겪었던 일을 올려 억울함도 호소했다. 하지만 A씨는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되레 국민청원을 문제 삼으며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황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조사에 응했다. “그동안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는 경찰 질문에 황씨는 “다들 무지해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답했다.
황씨는 지난 1월 검찰로부터 ‘혐의없음’(범죄인정 안됨) 판단과 함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처분 통지서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씨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다른 수풀원 원생들의 진술도 일치한 점 등이 고려됐다. 검찰에 앞서 성남 분당경찰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황씨는 기자회견 등 ‘수풀원’ 사건을 공론화하려 준비 중이다. 시민단체인 고아권익연대와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나서 대책위원회도 꾸렸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수풀원 출신 생존 피해자 25명 전원을 접촉해 9명으로부터 구체적인 피해 진술을 받았다.
A씨로부터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황순희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위쪽)와 그가 쓴 자필 진술서. 황순희씨 제공
피해자들은 A씨 및 그 가족의 학대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수풀원 출신 B씨는 “닥치는 대로 머리와 몸을 걷어차였다”며 “허구한 날 피 흘리며 쓰러졌고, 엄살을 피운다며 짓밟히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B씨 머리에는 당시 폭행으로 생긴 상처가 남아있다. 수풀원에 있었던 C씨도 “눈이 많이 오던 날 각목으로 엉덩이를 맞다가 넘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받지 못할 때도 많았다고 한다. B씨는 “배고픔을 견디려 개밥을 먹고 쓰레기통을 뒤져 과일 껍질을 찾아 먹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A씨의 아내가 아이들의 옷을 벗겨 알몸으로 만든 뒤 허리에 개 줄을 묶어둔 장면을 봤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원생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성폭력이 시작됐다는 진술도 여러 명으로부터 나왔다. B씨는 “언젠가는 수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는 희망을 늘 버리지 않았다. 간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사실관계 자체가 틀리다며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는 A씨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사무실로도 찾아갔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