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악마를 보았다..

이준목기자 22-04-02 12:52 117 0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앞으로 우리가 더 범죄를 예방하고 조심할 수 있으니까, 이 사람(범죄자)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8년동안 범죄를 당한 피해자 분들을 생각하니까 분노와 안타까움을 참기가 힘들다."(신소율)

성범죄는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4월 1일 방송된 <블랙: 악마를 보았다>에서 는 이른바 '대전 발바리'로 불리우며 무려 184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연쇄성폭행범 이중구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중구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7년 8개월간 총 77건의 범행을 저질렀다. 이중 대전에서만 총 49건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범행까지 포함하면 총 114건이었다. 피해자는 165명이고 미수로 그친 피해자까지 합치면 184명,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이중구의 타깃은 주로 늦은밤에 귀가하고 혼자 사는 여성이었다. 이중구는 우편물을 확인하여 여성이 혼자 산다는 것을 확인하고 흉기를 들고 침입하여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하지만 정작 이중구는 딸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이중구는 딸을 애지중지하며 늦은 밤에 귀가하거나 낯선 남자와 있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중구는 1984년 혼인신고를 하고 2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아내와 20대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지켜보던 신소율과 최귀화는 "자기 딸은 중요하고 누군가의 딸은 중요하지 않냐"며 기가 막혀했다.

이중구를 추적하던 경찰은 그가 157cm의 작은 체구에도 민첩하게 도주하는 모습을 두고 재빠르고 날렵하다는 은어를 뜻하는 '발바리'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중구는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이용하여 승객들을 관찰하기 수월했고, 여성 승객을 타깃으로 선정하는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다. 만일 지금처럼 탑승한 택시기사의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중구의 범행은 쉽지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다.

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범죄가 집중되었는데도 어떻게 알려지지않고 8년 가까이나 계속될 수 있었을까. 많은 피해자들이 성폭행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중구는 1인 여성가구가 많은 대학가와 관광지 인근의 원룸촌을 범행 장소로 노렸고, 피해자 여성들은 수치와 두려움 때문에 범행의 고통을 혼자 감당하려고 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중구 역시 그런 피해자들의 심리를 알고 적극적으로 악용했다.

이중구 주로 침입이 용이한 2층과 3층만을 노렸고 새벽에 범행을 시도했다. 시야가 가려진 채 극한의 공포에 시달린 피해자들은 피의자에 대한 기억이 불가능했고 정신적 압박이 심했다. 이중구는 제3자에게 발각될 위기를 맞거나 피해자가 강력하게 저항할 시에는 범행을 중단하고 재빨리 도주한 적도 있었다.

이중구를 범죄를 목격한 목격자는 왜 나오지 않았을까. 권일용 교수는 비명이나 수상한 소리가 들려도 '남의 가정사'라고 생각해서 신고나 개입을 꺼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거론했다.

아내와 딸이 있는 정상적인 가정의 가장이 왜 끔찍한 성범죄자가 된 것일까. 권 교수는 "성폭행범은 심리적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하며 "성범죄자 분류에서 직업이나 가정환경은 전제조건으로 크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중구의 첫 범행은 한 20대 여성 승객이 택시 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불평하면서 돈을 세어 자신의 얼굴에 돈을 던지자, 며칠후 그녀의 집을 찾아가 겁탈하면서 시작됐다. 판결문에 명시된 이중구의 진술에 따르면 처음에는 단순 폭행을 하려고 했으나 피해자의 모습을 보고 욕정을 느껴서 충동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신소율은 "자신의 욕망으로 저지른 범행 동기마저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게 화가 난다"며 분노했다.

권 교수는 이중구가 첫 범행에서 공포에 떠는 피해자를 보면서 보상받은 듯한 만족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검거로 자신감이 상승하면서 이중구는 연쇄성폭행범의 길로 접어든다. 이중구는 1998년 첫 범행 이전까지는 성범죄 전력은 없었지만, 자기보고형 검사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환청에 시달렸고 본인에게 과도한 성욕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진은 환청 이야기마저도 형량을 줄이기 위한 변명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범행 당시 이중구가 피해자들에게 했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성행위를 원한다고 애원해라", "너 생각해서 신고는 하지마라"는 등 그야말로 이기적인 변태성욕자의 전형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소율은 끝내 참지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범인에 대한 분노와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최귀화는 "생명을 뺏은 것만이 살인이 아니다. 영혼을 털어가는 것도 살인"이라며 착잡해했다.

이중구는 왜 피해자들에게 애정표현을 갈구했을까. 장진은 "강제로 성범죄를 저지르면서 본인은 쌍방동의를 통한 성관계로 여기고 싶어하는 듯 하다. 그래서 더 악마다"라며 분노했다.

권 교수는 이중구의 행동에 대하여 피해자와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성폭행이라고 분석했다. 결핍된 애정욕구를 범죄로 충족하는 것. 그리고 본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을 스스로 중화시키기 위한 요구였다. 이중구는 범행후에 피해자에게 강압적으로 위협하거나 샤워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교수는 이중구가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이 시기에 적절하지않은 성적 경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낯선 피해자들을 완력으로 제압하여 보상심리를 얻은 것. 다만 권 교수는 "일반적인 성범죄자들은 이중구와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왜곡된 감정으로 자신의 결핍을 충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정도의 심리적 결핍을 지닌 인물이라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의외로 이중구는 10여년간 조기축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으며 그때도 빠른 발로 유명했다고. 신소율은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피해자들을 착취해서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는걸 이해할수 없다"며 분노했고 권 교수는 "그게 바로 범죄자들의 심리"라고 설명했다.

최귀화는 "범죄자로서 너무 성실하다"고 평했다. 8년동안 꾸준히 성범죄를 이어오려면 일반적인 성실함을 뛰어넘는 노력과 끈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권 교수는 공감하며 "중요한 지적이다. 성실함이 곧 선(善)은 아니다. 성격일 뿐. 성실한 범죄자라는 것은 그만큼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죄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낮에는 평범한 중년 가장, 밤에는 끔찍한 연쇄성폭행범으로 이중생활을 할동안, 주변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전혀 몰랐을까. 권 교수는 성범죄자의 특징으로 "남이 자신을 평가하는데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것"을 꼽으며 그래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공손한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자신이 지배하기 쉬운 약자에게만 본색을 드러내면서 평소에는 가면으로 자신을 감추고 살아왔던 것.

점점 대담해진 이중구는 피해자의 집으로 잠입하여 협박으로 피해자의 또다른 지인들을 불러들서 번갈아가며 성폭행했다. 피해자에게는 본인이 당한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였다는 이중의 죄책감까지 안게될 수밖에 없었다. 권 교수는 "피해자를 공범의 죄의식으로 몰아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 만들어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올가미"라고 분석했다.

이중구의 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피해자를 3개월 뒤에 찾아가 또다시 성폭행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여성 7명이 사는 집에 들어가 3명을 성폭행하고 4명을 성추행했다. 초기에는 유흥업소 여성을 대상으로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학생이나 심지어 임산부에게도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성범죄 이외에도 강도 행각을 저질러 금품을 갈취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 훔친 총액은 약 4천7백만원이었다. 이중구는 훔친 현금은 일절 쓰지않고 일종의 전리품처럼 보관했다.

권 교수는 이 역시 이중구가 일반적인 성범죄자들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다른 연쇄 범죄자였으면 벌써 살인을 시작했을 것이다. 성범죄가 살인으로 발전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이 아니다. 성범죄를 계속 이어가기위해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소율은 "범죄자가 의미를 두지않고 그냥 그러고 싶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이야기를 하면, 앞으로 어떤 사람을 조심해야하나. 그러니까 어떻게라도 (범죄의) 이유를 듣고 싶은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권 교수는 "이중구의 행위를 통하여 성범죄자들의 수법과 심리를 파악하고 성범죄를 어떻게 차단하고 예방할지 고민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중구의 악마같은 행각은 2005년 경찰에 체포되면서 끝이 났다. 2004년 광주와 2005년 논산에서 발생한 성범죄 수법이 비슷하다는 것을 파악한 경찰은 양쪽 CCTV에서 동일한 차량을 발견하고 이중구를 유력한 피의자로 지목했다. 이중구는 도주했지만 공개수배가 내려지고 엿새만에 PC방에서 검거됐다. 정작 이중구는 공개수배 사실도 몰랐고 오히려 "검거되고나서 마음이 후련하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이중구는 구속 이후 8개월만에 아내로부터 합의 이혼을 당했다. 이중구의 자녀들은 지금도 아버지를 면회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구가 오랫동안 검거되지 못한 이유에 대하여, 권 교수는 당시 '친고죄'(피해자나 관련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가 적용되는 성범죄의 특성상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고 밝히며 안타까웠다. 신소율은 여성들의 입장에서 "본인의 생각보다 주변의 시선을 더 많이 신경써야 했다는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권 교수는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피해자 탓'을 하는 문화를 꼽았다. 문을 잘 잠그지 않았거나 밤늦게 다녔다는 이유로 범죄를 추궁하기보다 피해자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또다른 가해나 마찬가지다. 장진은 "친고죄가 피해자의 인권을 위해 마련됐지만, 범죄자들을 위한 법이 된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친고죄는 결국 2013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2019년 대법원 사법 통계 자료 기준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의 58%가 최종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고 거주가 확실하고 직업이 있다는 이유 등이었다. 장진은 "'반성했다'는 기준이 반성문이냐"라며 어이없어했고, 권 교수는 "양형 기준상 감경 요소에 들어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같은 자료에서 성범죄자들의 재범률은 60%에 이른다. 시대착오적인 성범죄 관련법이 더 엄격해져야한다는 이유다.

이중구는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사형이 허용될만한 정도라고 이른다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주저된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신소율은 "'강간을 주된 목적으로 할 뿐'이라는 대목이 화가 난다"라고 지적하며 마치 강간을 살인보다 가벼운 범죄로 인식하는듯한 재판부의 시선에 분노했다.

장진은 "피해자 184명의 아픔을 법이 짐작하고 노력을 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고, 권 교수는 "피해자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게 살인이다"라며 성범죄에 대한 법과 양형의 기준이 다시 논의되어야한다고 당부했다.

검거 당시 통장에 있는 1억4천만원의 잔고가 있었다는 이중구는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상마저도 거부하며 "합의보지않겠다. 돈을 낼바엔 차라리 징역 20년을 살겠다"는 망언으로 또한번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다. 정작 이중구는 현재 16년째 감방안에서 복역하고 돈 한푼 안들이고 국가의 세금으로 반성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법과 정의는 과연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장진은 성범죄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하여 언급하며 이중구에게 판결을 내린 법을 향한 뼈있는 질문을 남겼다.

"같은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으로서 고개를 들수 없을만큼 미안함을 느꼈다. 다시 한번 묻는다. 과연 이중구의 죄의 무게가 살인자의 죄보다 더 가볍게 느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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