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내 성폭력' 지구촌 확산에 충격
"어릴 땐 그 게 이상한 일인지 몰랐어요."
3세 때 프랑스 파리 교외에 거주하는 레이몽 구아르도 부부에게 입양된 리디아가 구아르도 부부로부터 폭력과 성폭행을 수시로 당한 사례가 최근 보도돼 전 세계에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리디아는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에 "양모가 말리기는커녕 성폭행을 돕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때는 아버지가 하는 짓이 평범한 것인 줄 알았다"고 말해 반인륜적인 행태가 미치는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친족에 의한 성폭행 증가 추세
최근 이와 유사한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퍼져 나오면서 가정 내 성폭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건이 오스트리아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친딸을 24년이나 감금하고 지속적인 성폭행을 가한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인들은 이 남성의 엽기적인 행각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요세프 프리츨이라는 이 남성의 성폭력으로 친딸인 엘리자베트는 7명의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주변사람들을 비롯해 엘리자베트의 엄마까지 20년이 넘도록 이번 일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도 친족에 의한 성폭행에서 자유롭지 않다. 얼마 전 전주에서는 A씨가 자신의 친딸이 10살이던 2003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을 선고 받았으며, 청주에서도 B씨가 자신의 친딸이 9살이던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가정 내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에서는 '2400명의 어린이들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14세 이하 어린이는 421명에 달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복지장관은 지난달 보고서를 발표, "7명의 이스라엘 여성 중 한 명이 가족으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남성 11명 중 한명이 자신의 가족 구성원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성폭력을 경험한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총 10만 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2.5%만이 신고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성폭력상담소(KSVRC)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상담건수는 총 1948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친족 및 친인척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273건으로 14%에 이르렀다. 이는 2006년의 215건(16.2%)보다 늘어난 수치로 이는 직장 내 성폭력인 490건(25.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다음으로는 친밀한 관계 174건(8.9%), 초중고 대학 149건(7.6%), 주변인의 지인 118건(6.1%) 순으로 나타나 친족에 의한 성폭력 발생률이 타인에 의한 성폭력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친족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 신고하거나 고소한 건수는 총 10건에 불과했다.
'성의 심리'를 전공한 김금미 박사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정 내 성폭력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었다"며 "최근 혜진, 예슬양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성폭력에 대한 문제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 발전에 따른 개인의 고립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박승희 성균관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혜진, 예슬양 살인사건 또한 고립된 사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꿈꾸는 이들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 같은 사회 구조로 인해 발생한 질환 중의 하나가 바로 친족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가족의 고립화, 축소, 해체의 가속화로 인해 이러한 가정 내 성폭력을 감시하는 사회적인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었기 때문에 친족 간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고립이 심리적인 편집현상을 일으키면서 인간의 성적인 충동이 점점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외부와 교류하지 않은 인간의 생활세계가 이런 성욕으로 도배되어 버리는 현상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친족 성폭력 가해자들의 경우 기질적인 원인부터 성장과정에서 생긴 상처까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사회에 대한 불만 또는 열등감을 약자인 친딸에게 풀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친족성폭력(근친상간)은 4촌 이내의 혈족과 2촌 이내의 인척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8∼13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흔히 발생하고 가장 큰 가해자는 친부, 계부, 다음이 친오빠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경우 그 후유증은 더욱 심각하다. 단순한 추행에서 그치지 않고 장기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시급
가정폭력 및 친족성폭력 센터(DVIRC)에 따르면 성폭력 희생자들은 자신의 몸이 불결하다고 느끼며 가장 믿고 의지하던 친족에 대한 공포심이 인간 불신으로 이어져 스스로 고립하기 시작한다. 또 성폭행을 당했던 당시 상황이 악몽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떠올라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 그 결과 자학과 심할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요세프 프리츨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정 내 성폭력이 이토록 장기화하는 원인은 주변인들의 무관심 또는 방만을 꼽을 수 있다. 자신의 가족 구성원의 잘못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특성상 친족에 의한 성폭행이 외부 유출이 되지 않음으로써 이 같은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또 장기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김금미 교수는 "가정 내 성폭력이 보통사람들의 생각보다 많고, 그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며 "어른들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의식 개선, 즉 '성'을 음지에서만 다루는 문화의 개선, 양성평등 의식 향상, 성의식 향상 등도 피해를 줄이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과 간접적으로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즉 가정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사회적인 공감대 마련이 필요한데, 요즘은 다들 '가족'을 강조하지만, 그래서 과연 가족 문화가 어떠해야 하는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족 내 의사소통,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 가족 내 세대간, 남녀 간 건강한 문화적 공감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친족에 의한 성폭력을 줄일 수 있는 우선적 방법이라는 얘기이다.
박승희 교수 또한 "물론 일단 상처를 입은 사람에 대한 전문가의 상담과 지원이 당장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미미하다. 전문가의 상담보다도 더 필요한 것은 주변인들의 사랑과 애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는 모두 예비적 성폭행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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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어릴 땐 그 게 이상한 일인지 몰랐어요."
3세 때 프랑스 파리 교외에 거주하는 레이몽 구아르도 부부에게 입양된 리디아가 구아르도 부부로부터 폭력과 성폭행을 수시로 당한 사례가 최근 보도돼 전 세계에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리디아는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에 "양모가 말리기는커녕 성폭행을 돕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때는 아버지가 하는 짓이 평범한 것인 줄 알았다"고 말해 반인륜적인 행태가 미치는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친족에 의한 성폭행 증가 추세
최근 이와 유사한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퍼져 나오면서 가정 내 성폭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건이 오스트리아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친딸을 24년이나 감금하고 지속적인 성폭행을 가한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인들은 이 남성의 엽기적인 행각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요세프 프리츨이라는 이 남성의 성폭력으로 친딸인 엘리자베트는 7명의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주변사람들을 비롯해 엘리자베트의 엄마까지 20년이 넘도록 이번 일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도 친족에 의한 성폭행에서 자유롭지 않다. 얼마 전 전주에서는 A씨가 자신의 친딸이 10살이던 2003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을 선고 받았으며, 청주에서도 B씨가 자신의 친딸이 9살이던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가정 내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에서는 '2400명의 어린이들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14세 이하 어린이는 421명에 달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복지장관은 지난달 보고서를 발표, "7명의 이스라엘 여성 중 한 명이 가족으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남성 11명 중 한명이 자신의 가족 구성원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성폭력을 경험한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총 10만 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2.5%만이 신고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성폭력상담소(KSVRC)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상담건수는 총 1948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친족 및 친인척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273건으로 14%에 이르렀다. 이는 2006년의 215건(16.2%)보다 늘어난 수치로 이는 직장 내 성폭력인 490건(25.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다음으로는 친밀한 관계 174건(8.9%), 초중고 대학 149건(7.6%), 주변인의 지인 118건(6.1%) 순으로 나타나 친족에 의한 성폭력 발생률이 타인에 의한 성폭력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친족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 신고하거나 고소한 건수는 총 10건에 불과했다.
'성의 심리'를 전공한 김금미 박사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정 내 성폭력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었다"며 "최근 혜진, 예슬양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성폭력에 대한 문제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 발전에 따른 개인의 고립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박승희 성균관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혜진, 예슬양 살인사건 또한 고립된 사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꿈꾸는 이들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 같은 사회 구조로 인해 발생한 질환 중의 하나가 바로 친족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가족의 고립화, 축소, 해체의 가속화로 인해 이러한 가정 내 성폭력을 감시하는 사회적인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었기 때문에 친족 간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고립이 심리적인 편집현상을 일으키면서 인간의 성적인 충동이 점점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외부와 교류하지 않은 인간의 생활세계가 이런 성욕으로 도배되어 버리는 현상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친족 성폭력 가해자들의 경우 기질적인 원인부터 성장과정에서 생긴 상처까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사회에 대한 불만 또는 열등감을 약자인 친딸에게 풀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친족성폭력(근친상간)은 4촌 이내의 혈족과 2촌 이내의 인척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8∼13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흔히 발생하고 가장 큰 가해자는 친부, 계부, 다음이 친오빠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경우 그 후유증은 더욱 심각하다. 단순한 추행에서 그치지 않고 장기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시급
가정폭력 및 친족성폭력 센터(DVIRC)에 따르면 성폭력 희생자들은 자신의 몸이 불결하다고 느끼며 가장 믿고 의지하던 친족에 대한 공포심이 인간 불신으로 이어져 스스로 고립하기 시작한다. 또 성폭행을 당했던 당시 상황이 악몽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떠올라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 그 결과 자학과 심할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요세프 프리츨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정 내 성폭력이 이토록 장기화하는 원인은 주변인들의 무관심 또는 방만을 꼽을 수 있다. 자신의 가족 구성원의 잘못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특성상 친족에 의한 성폭행이 외부 유출이 되지 않음으로써 이 같은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또 장기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김금미 교수는 "가정 내 성폭력이 보통사람들의 생각보다 많고, 그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며 "어른들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의식 개선, 즉 '성'을 음지에서만 다루는 문화의 개선, 양성평등 의식 향상, 성의식 향상 등도 피해를 줄이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과 간접적으로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즉 가정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사회적인 공감대 마련이 필요한데, 요즘은 다들 '가족'을 강조하지만, 그래서 과연 가족 문화가 어떠해야 하는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족 내 의사소통,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 가족 내 세대간, 남녀 간 건강한 문화적 공감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친족에 의한 성폭력을 줄일 수 있는 우선적 방법이라는 얘기이다.
박승희 교수 또한 "물론 일단 상처를 입은 사람에 대한 전문가의 상담과 지원이 당장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미미하다. 전문가의 상담보다도 더 필요한 것은 주변인들의 사랑과 애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는 모두 예비적 성폭행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