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큰 고통" 두번 죽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

ggg 22-02-14 11:32 63 1

"국가와 사회가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말하는 가정이라는 틀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겐 썩은 동아줄일 뿐입니다."

전국의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10일 충북 청주에 모여 한 입으로 내뱉은 절규다.

스스로를 반복·지속·은폐된 친족 성폭력 범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 칭한 이들은 부실한 법 제도 개선을 호소하기 위해 대중 앞에 섰다.  

간절한 바람을 외칠 수 있는 자리는 지난해 친한 친구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청주 오창 여중생 A양 유족과 충북법무사회가 마련했다.

A양 유족은 1심에서 가해자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으나 양형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구형량은 무기징역이었다.

이유 중 하나로는 재판 과정상 가해자 혐의 변경을 꼽는다. 가해자는 A양뿐만 아니라 의붓딸을 상대로도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런 까닭에 가해자에게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도 적용됐다. 그러나 가해자가 의붓딸을 강간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었던 데다, 의붓딸마저 애초 진술을 오락가락 바꾸면서 혐의는 유사성행위와 강제추행으로 바뀌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이 겪은 끔찍했던 과거를 빗대 오창 여중생 사건을 바라봤다.

오랜 기간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푸른나비씨(가명)는 "친족 성폭력은 모든 폭력의 가장 최악의 경계에 놓여있다. 피해자는 성폭력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몸과 정신을 점령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 꿈인지 혼동하기도 하고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면서 "받아들이기 힘든 기억이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범죄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옥죄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특히 아동 피해자는 행여 가정이 무너질까 두려워 범죄 사실을 알리지 않고 홀로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을 보인다. 피해 사실을 알린다고 하더라도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해 되레 죄인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일부 피해자는 연장 선상에서 바라볼 때 계부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A양 친구 역시 비슷한 처지에서 오랜 시간 혼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냈다.

하윤씨(가명)는 "친족 성폭력 생존자는 가해자로부터 '잊으라'는 협박을 받는다. 아픈 티를 내거나 하면 보복을 당하거나 집 밖으로 내쫓기기 때문"이라며 "집 안에 남아도 두 가지 선택지가 남는데,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거나 견디기 위해 가해자가 하는 말과 행동이 맞는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저희는 집 안에서 죽은 존재로 숨만 겨우 쉬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성인이 돼 잘잘못을 논하려 하면 가족은 '왜 도망 안 갔냐', '반항하고 싫다고 하지 그랬냐'는 말로 2차 가해를 한다"고 말했다.

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모두 국가와 사회가 직접 나서 오창 여중생 사건을 비롯한 특수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친족 성폭력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안으로는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와 형사소송법상 직계존속 고소금지 조항 삭제를 제시했다.  

현행법상 친족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인이 된 뒤 피해 신고를 하면, 공소시효는 성인이 된 시점부터 10년에 불과하다. 성범죄 가해자가 직계존속이면 직접 형사고소하지 못하고 제3자를 고발인으로 내세워 처벌을 요구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들 피해자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족인 까닭에 고소를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는 곧 공소시효 만료로 이어져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또 직계존속은 직접 고소할 수 없어 3자를 통해 고발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이치에 맞지 않는 법 제도는 하루빨리 폐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목록
  • 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국가와 사회가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말하는 가정이라는 틀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겐 썩은 동아줄일 뿐입니다."

    전국의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10일 충북 청주에 모여 한 입으로 내뱉은 절규다.

    스스로를 반복·지속·은폐된 친족 성폭력 범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 칭한 이들은 부실한 법 제도 개선을 호소하기 위해 대중 앞에 섰다. 

    간절한 바람을 외칠 수 있는 자리는 지난해 친한 친구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청주 오창 여중생 A양 유족과 충북법무사회가 마련했다.

    A양 유족은 1심에서 가해자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으나 양형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구형량은 무기징역이었다.

    이유 중 하나로는 재판 과정상 가해자 혐의 변경을 꼽는다. 가해자는 A양뿐만 아니라 의붓딸을 상대로도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런 까닭에 가해자에게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도 적용됐다. 그러나 가해자가 의붓딸을 강간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었던 데다, 의붓딸마저 애초 진술을 오락가락 바꾸면서 혐의는 유사성행위와 강제추행으로 바뀌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이 겪은 끔찍했던 과거를 빗대 오창 여중생 사건을 바라봤다.

    오랜 기간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푸른나비씨(가명)는 "친족 성폭력은 모든 폭력의 가장 최악의 경계에 놓여있다. 피해자는 성폭력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몸과 정신을 점령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 꿈인지 혼동하기도 하고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면서 "받아들이기 힘든 기억이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범죄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옥죄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특히 아동 피해자는 행여 가정이 무너질까 두려워 범죄 사실을 알리지 않고 홀로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을 보인다. 피해 사실을 알린다고 하더라도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해 되레 죄인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일부 피해자는 연장 선상에서 바라볼 때 계부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A양 친구 역시 비슷한 처지에서 오랜 시간 혼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냈다.

    하윤씨(가명)는 "친족 성폭력 생존자는 가해자로부터 '잊으라'는 협박을 받는다. 아픈 티를 내거나 하면 보복을 당하거나 집 밖으로 내쫓기기 때문"이라며 "집 안에 남아도 두 가지 선택지가 남는데,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거나 견디기 위해 가해자가 하는 말과 행동이 맞는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저희는 집 안에서 죽은 존재로 숨만 겨우 쉬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성인이 돼 잘잘못을 논하려 하면 가족은 '왜 도망 안 갔냐', '반항하고 싫다고 하지 그랬냐'는 말로 2차 가해를 한다"고 말했다.

    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모두 국가와 사회가 직접 나서 오창 여중생 사건을 비롯한 특수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친족 성폭력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안으로는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와 형사소송법상 직계존속 고소금지 조항 삭제를 제시했다. 

    현행법상 친족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인이 된 뒤 피해 신고를 하면, 공소시효는 성인이 된 시점부터 10년에 불과하다. 성범죄 가해자가 직계존속이면 직접 형사고소하지 못하고 제3자를 고발인으로 내세워 처벌을 요구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들 피해자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족인 까닭에 고소를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는 곧 공소시효 만료로 이어져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또 직계존속은 직접 고소할 수 없어 3자를 통해 고발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이치에 맞지 않는 법 제도는 하루빨리 폐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신가정폭력상담소,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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