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기사에 ‘웅크린 피해자와 검은 손’ 그만”

bbb 21-12-15 14:52 129 1

지난 8일 국내 언론사 기자들에게 “성폭력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강요하는 이미지 사용 중단을 요구한다”는 공문이 전달됐다. 검은 손, 늑대 같은 그림자에 둘러싸인 피해자로 표현되는 이미지가 왜곡된 고정관념을 조장한다는 이유다.

공문 발신인은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다. 상담소는 7월6일부터 8월13일까지 시민으로부터 제보 받은 성폭력 기사 193건(언론사 39곳)에서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강요하는 이미지가 확인됐다면서 기자들에게 이 같은 공문을 배포했다.

상담소가 수집한 문제 이미지에 가장 많이 등장한 건 ‘손’이었다. 제보 사례의 62.7%에 달하는 121건에서 피해자를 향하는 가해자의 손이 그려졌다. 다양한
‘검은 손’에 둘러싸인 피해자의 모습은 “피해자의 얼굴을 지우고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지 못한, 무기력한 존재”로 그려졌다. 실제 피해자 모습의 61.1%가 얼굴을 가린, 54.4%가 고개를 숙인 형상이었다. 피해자의 ‘여성성’이 사건과 관련 있는 것처럼 불필요한 신체부위 노출을 부각한 경우도 있다. 제보 사례 11.9%는 짧은 치마나 하의를 입은 여성, 3.6%는 가슴 부위가 두드러지거나 민소매를 입은 여성이 피해자로 묘사됐다.

가해자의 이미지가 ‘악마’(14%), ‘늑대’(2.1%)로 나타난 경우도 부적절한 이미지로 꼽힌다. 가해자를 ‘괴물’로 설정하면 가까운 관계를 비롯한 일상에서 가해자가 존재하는 사실이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이미지(17.1%)를 만들어 자극적인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끔 만드는 이미지(16.6%)도 다수 확인됐다.

다양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언론이 같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신중한 고민 없이 관성적으로 통념을 따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같은 이미지공유사이트가 출처이거나, 특정 언론사가 제작한 이미지가 여러 차례 사용된 경우다. 이에 해당하는 사진들은 전부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인 여성을 검은 손이나 그림자들이 위협하는 구도였다.

이 같은 문제적 이미지를 가장 많이 사용한 언론사로는 국민일보가 꼽혔다. 전체 제보 사례 193건 중 72건이 국민일보 기사였다. 이에 상담소는 9일 국민일보에 ‘올해의 수치심 상’을 전달하고 앞으로 성평등한 보도를 위해 어떻게 노력할지 17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국민일보 외에는 세계일보(21건), 중앙일보(14건), 조선일보(10건)·뉴시스(10건), 머니투데이(7건) 순으로 제보가 많았다.


▲성폭력 사건 보도 이미지 사용에 관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요구 사항
피해자가 위축된 이미지는 실제로 성폭력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직결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상담소가 지난 6월4일~7월16일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성적수치심을 요구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했는지’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총 503중 394명이 “뉴스 기사 등 언론에서 성폭력 사건을 이미지화할 때 피해자가 어두운 공간에 있거나, 움츠려 있거나, 고개 숙인 상황으로 묘사할 때 은연중에 성폭력 피해 경험은 ‘수치스러운’ 경험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답했다. 상담소는 “언론보도는 시민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언론은 어떤 관점으로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는지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래서 성폭력 사건 보도에 어떤 이미지를 써야 한다는 건가. 상담소는 “위축된 모습으로 피해자를 정형화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를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체포되고 법정에서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사법 정의가 실현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소는 또한 “성폭력사건 보도 말미에 피해자가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 번호, 피해자 주변인이 도울 수 있는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한다”며 “언론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미지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시민에게,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영향을 미치는지 적극 고민하고, 문제적 이미지의 반복적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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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지난 8일 국내 언론사 기자들에게 “성폭력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강요하는 이미지 사용 중단을 요구한다”는 공문이 전달됐다. 검은 손, 늑대 같은 그림자에 둘러싸인 피해자로 표현되는 이미지가 왜곡된 고정관념을 조장한다는 이유다.

    공문 발신인은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다. 상담소는 7월6일부터 8월13일까지 시민으로부터 제보 받은 성폭력 기사 193건(언론사 39곳)에서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강요하는 이미지가 확인됐다면서 기자들에게 이 같은 공문을 배포했다.

    상담소가 수집한 문제 이미지에 가장 많이 등장한 건 ‘손’이었다. 제보 사례의 62.7%에 달하는 121건에서 피해자를 향하는 가해자의 손이 그려졌다. 다양한
    ‘검은 손’에 둘러싸인 피해자의 모습은 “피해자의 얼굴을 지우고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지 못한, 무기력한 존재”로 그려졌다. 실제 피해자 모습의 61.1%가 얼굴을 가린, 54.4%가 고개를 숙인 형상이었다. 피해자의 ‘여성성’이 사건과 관련 있는 것처럼 불필요한 신체부위 노출을 부각한 경우도 있다. 제보 사례 11.9%는 짧은 치마나 하의를 입은 여성, 3.6%는 가슴 부위가 두드러지거나 민소매를 입은 여성이 피해자로 묘사됐다.

    가해자의 이미지가 ‘악마’(14%), ‘늑대’(2.1%)로 나타난 경우도 부적절한 이미지로 꼽힌다. 가해자를 ‘괴물’로 설정하면 가까운 관계를 비롯한 일상에서 가해자가 존재하는 사실이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이미지(17.1%)를 만들어 자극적인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끔 만드는 이미지(16.6%)도 다수 확인됐다.

    다양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언론이 같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신중한 고민 없이 관성적으로 통념을 따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같은 이미지공유사이트가 출처이거나, 특정 언론사가 제작한 이미지가 여러 차례 사용된 경우다. 이에 해당하는 사진들은 전부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인 여성을 검은 손이나 그림자들이 위협하는 구도였다.

    이 같은 문제적 이미지를 가장 많이 사용한 언론사로는 국민일보가 꼽혔다. 전체 제보 사례 193건 중 72건이 국민일보 기사였다. 이에 상담소는 9일 국민일보에 ‘올해의 수치심 상’을 전달하고 앞으로 성평등한 보도를 위해 어떻게 노력할지 17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국민일보 외에는 세계일보(21건), 중앙일보(14건), 조선일보(10건)·뉴시스(10건), 머니투데이(7건) 순으로 제보가 많았다.


    ▲성폭력 사건 보도 이미지 사용에 관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요구 사항
    피해자가 위축된 이미지는 실제로 성폭력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직결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상담소가 지난 6월4일~7월16일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성적수치심을 요구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했는지’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총 503중 394명이 “뉴스 기사 등 언론에서 성폭력 사건을 이미지화할 때 피해자가 어두운 공간에 있거나, 움츠려 있거나, 고개 숙인 상황으로 묘사할 때 은연중에 성폭력 피해 경험은 ‘수치스러운’ 경험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답했다. 상담소는 “언론보도는 시민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언론은 어떤 관점으로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는지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래서 성폭력 사건 보도에 어떤 이미지를 써야 한다는 건가. 상담소는 “위축된 모습으로 피해자를 정형화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를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체포되고 법정에서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사법 정의가 실현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소는 또한 “성폭력사건 보도 말미에 피해자가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 번호, 피해자 주변인이 도울 수 있는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한다”며 “언론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미지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시민에게,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영향을 미치는지 적극 고민하고, 문제적 이미지의 반복적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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