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 변호사에게 고소당한 성폭력 피해자···결론은 ‘무죄’

ㅕㅕㅕ 21-11-15 12:44 66 1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격앙된 채 사무실로 들어서려 한다. 제지하던 남성 직원은 힘에 부쳐 밀린다. 사무실 안에는 여성 변호사 한명 뿐. 언성이 높아졌다. “언론에 자주 나와 유명하지? 한번 추락해봐!” “때릴까봐 겁나니?” “나 1인 시위도 했던 사람인데 겁날 것 없어!”

지난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재생된 영상의 한 장면이다. 검사는 설명한다. A씨는 자신을 변호하던 유명 성범죄 피해 전문 이모 변호사가 사임하자 수임료 전액을 돌려달라며 가족들과 이같은 행위를 했다고. 이 변호사가 반액을 돌려주겠다고 제의했으나 거부했고, 소송 등의 평화적 방법이 있음에도 해당 변호사가 유명 인사라는 점을 악용해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왜였을까?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선일)는 이날 공동폭행, 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그의 가족 등 4명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이들은 2019년 4월2일 이 변호사 사무실을 무단 침입해 소란을 피우는 등 15분 간 업무를 방해하고 직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대학원 조교 시절 지도교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가 지도교수로부터 무고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차례 고소를 당했다. 이에 A씨는 이 변호사를 선임해 1년 반 가량 민형사 소송대리를 맡겼으나 사이가 틀어지져 이 변호사가 사임했고, 수임료 반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 이 사건이 벌어졌다.

이 변호사는 법정에서 “A씨가 자신이 소송업무를 소홀히 하고 변호사 윤리를 위반했다고 변호사협회에 진정까지 넣었지만 수임료 반환 소송 재판부와 변호사협회 모두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계약상 수임료를 돌려주지 않아도 됐지만 새 변호사 구할 돈이 필요할 것 같아 반액 반환을 제의했다”고 했다. 또 “재판이 임박한 상태에서 사임한 만큼 재판기일 변경신청서도 써줬는데 이런 짓을 했다”며 “지금까지도 불안감을 떨지지 못한다”고 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 4명은 무료로 A씨의 변호를 자처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 변호사가 결국 반액조차 반환하지 않아 A씨는 변호사를 구하지 못했고, 재판 기일이 이미 한차례 변경됐던 터라 기일변경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A씨는 변호인 없이 재판에 출석해야 했고, 이 변호사가 1년 반 동안 증거도 거의 제출하지 않아 재판이 그대로 종결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의견서를 변호사 자격도 없는 인턴 직원에게 대필시킨 것으로 보이고 기초적인 사실 관계조차 틀려 있었다”고 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또 사건 당시 A씨 등이 사무실에 도착한 지 1분여 만에 이 변호사 측이 경찰에 수차례 신고를 했다며 이미 A씨 등을 고소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가 A씨의 피해를 취재한 방송사 PD에게 ‘가해 교수처럼 A씨를 고소할 것’이라고 한 메신저 대화 기록도 증거로 제시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가해자로부터 (의뢰인을) 지켜줘야 할 변호사가 의뢰인을 가해자처럼 고소할 거라고 사건 발생 3~4일 전에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방송사 PD는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이 변호사가 A씨에 불리한 정보를 A씨 상대 측에 흘리고 싶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피고인신문에서 “착수금 300만원을 돌려받으라는 1심 판결 후 항소했는데 이 변호사가 형사합의서를 써줄테니 항소를 포기하라고 했다. 나 하나였다면 거절했겠지만 엄마와 외삼촌은 무슨 죄냐. 그래서 받아들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 변호사가 태도를 바꿔 착수금 전부를 포기하지 않으면 형사합의서를 써줄 수 없다고 했다. 너무 악하다고 느꼈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A씨는 “첫번째 변호사에게 배신을 당해 강제추행 고소가 불기소 처분이 됐다 생각했고, 그래서 믿을만한 변호사가 절실했다”며 “그래서 성범죄 피해자들을 변호하면 언론에 이름을 알린 이 변호사를 선택했고, 수임료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는 울었다.

함께 기소된 A씨의 모친은 “딸 가진 부모에게 (성폭력 피해)는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이 변호사는 그런 우리에게 구명보트였다. 구명보트가 우리에게 그럴 줄은 몰랐다”고 했다.

검찰은 범죄는 범죄라며 벌금형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이 정도의 폭행이 죄라면 만원 지하철에서 내리다 앞사람을 민 것도 폭행죄고 매장에서 소비자의 정당한 항의조차 모두 업무방해로 처벌될 것”이라며 맞섰다.

그렇게 15시간에 걸친 국민참여재판 심리는 끝났다. 배심원 7명은 1시간 반 가량의 평의를 거쳐 자정을 넘긴 새벽 2시30분 무죄 평결을 냈다. 만장일치였다. 재판부는 “평결을 전달받으나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결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 이어 “이유는 추정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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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격앙된 채 사무실로 들어서려 한다. 제지하던 남성 직원은 힘에 부쳐 밀린다. 사무실 안에는 여성 변호사 한명 뿐. 언성이 높아졌다. “언론에 자주 나와 유명하지? 한번 추락해봐!” “때릴까봐 겁나니?” “나 1인 시위도 했던 사람인데 겁날 것 없어!”


    지난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재생된 영상의 한 장면이다. 검사는 설명한다. A씨는 자신을 변호하던 유명 성범죄 피해 전문 이모 변호사가 사임하자 수임료 전액을 돌려달라며 가족들과 이같은 행위를 했다고. 이 변호사가 반액을 돌려주겠다고 제의했으나 거부했고, 소송 등의 평화적 방법이 있음에도 해당 변호사가 유명 인사라는 점을 악용해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왜였을까?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선일)는 이날 공동폭행, 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그의 가족 등 4명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이들은 2019년 4월2일 이 변호사 사무실을 무단 침입해 소란을 피우는 등 15분 간 업무를 방해하고 직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대학원 조교 시절 지도교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가 지도교수로부터 무고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차례 고소를 당했다. 이에 A씨는 이 변호사를 선임해 1년 반 가량 민형사 소송대리를 맡겼으나 사이가 틀어지져 이 변호사가 사임했고, 수임료 반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 이 사건이 벌어졌다.


    이 변호사는 법정에서 “A씨가 자신이 소송업무를 소홀히 하고 변호사 윤리를 위반했다고 변호사협회에 진정까지 넣었지만 수임료 반환 소송 재판부와 변호사협회 모두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계약상 수임료를 돌려주지 않아도 됐지만 새 변호사 구할 돈이 필요할 것 같아 반액 반환을 제의했다”고 했다. 또 “재판이 임박한 상태에서 사임한 만큼 재판기일 변경신청서도 써줬는데 이런 짓을 했다”며 “지금까지도 불안감을 떨지지 못한다”고 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 4명은 무료로 A씨의 변호를 자처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 변호사가 결국 반액조차 반환하지 않아 A씨는 변호사를 구하지 못했고, 재판 기일이 이미 한차례 변경됐던 터라 기일변경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A씨는 변호인 없이 재판에 출석해야 했고, 이 변호사가 1년 반 동안 증거도 거의 제출하지 않아 재판이 그대로 종결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의견서를 변호사 자격도 없는 인턴 직원에게 대필시킨 것으로 보이고 기초적인 사실 관계조차 틀려 있었다”고 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또 사건 당시 A씨 등이 사무실에 도착한 지 1분여 만에 이 변호사 측이 경찰에 수차례 신고를 했다며 이미 A씨 등을 고소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가 A씨의 피해를 취재한 방송사 PD에게 ‘가해 교수처럼 A씨를 고소할 것’이라고 한 메신저 대화 기록도 증거로 제시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가해자로부터 (의뢰인을) 지켜줘야 할 변호사가 의뢰인을 가해자처럼 고소할 거라고 사건 발생 3~4일 전에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방송사 PD는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이 변호사가 A씨에 불리한 정보를 A씨 상대 측에 흘리고 싶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피고인신문에서 “착수금 300만원을 돌려받으라는 1심 판결 후 항소했는데 이 변호사가 형사합의서를 써줄테니 항소를 포기하라고 했다. 나 하나였다면 거절했겠지만 엄마와 외삼촌은 무슨 죄냐. 그래서 받아들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 변호사가 태도를 바꿔 착수금 전부를 포기하지 않으면 형사합의서를 써줄 수 없다고 했다. 너무 악하다고 느꼈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A씨는 “첫번째 변호사에게 배신을 당해 강제추행 고소가 불기소 처분이 됐다 생각했고, 그래서 믿을만한 변호사가 절실했다”며 “그래서 성범죄 피해자들을 변호하면 언론에 이름을 알린 이 변호사를 선택했고, 수임료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는 울었다.


    함께 기소된 A씨의 모친은 “딸 가진 부모에게 (성폭력 피해)는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이 변호사는 그런 우리에게 구명보트였다. 구명보트가 우리에게 그럴 줄은 몰랐다”고 했다.


    검찰은 범죄는 범죄라며 벌금형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이 정도의 폭행이 죄라면 만원 지하철에서 내리다 앞사람을 민 것도 폭행죄고 매장에서 소비자의 정당한 항의조차 모두 업무방해로 처벌될 것”이라며 맞섰다.

    그렇게 15시간에 걸친 국민참여재판 심리는 끝났다. 배심원 7명은 1시간 반 가량의 평의를 거쳐 자정을 넘긴 새벽 2시30분 무죄 평결을 냈다. 만장일치였다. 재판부는 “평결을 전달받으나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결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 이어 “이유는 추정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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