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쓰면 성폭력 감형…대필사이트까지 등장 '악용'

ㅠㅠㅠ 21-11-08 15:53 71 1

지난 2015년 지하철에서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A씨는 2심에서 300만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 받았다. 선고유예는 해당 범죄에 대한 선고를 미룬 뒤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형벌권을 소멸하는 판결로, 사실상 직접 처벌은 피한 셈이다.

6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시한 선고유예 이유는 '반성'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범죄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인 점, 성폭력예방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수강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정기후원금을 납부하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점"을 들어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고 인정되므로, 300만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선고 전 피해자 지원단체인 성폭력상담소에 무통장입금으로 월 10만원씩 5회 기부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재판 이후 단 1회만 더 기부금을 납부하고 후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현행 성범죄 양형기준 감경요소(형량을 낮추는 인자)에는 '진지한 반성'이 포함돼 있다. 이는 불법촬영 등의 디지털성범죄와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처럼 성범죄 판결에서 '진지한 반성'을 감형 사유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위주의 판결이 이뤄질 수 있고,  '진지한 반성'을 어떤 근거로 인정할지 객관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양형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발간한 '젠더폭력 범죄와 양형' 자료집에서 "오로지 감형을 받기 위해 성폭력예방교육을 듣고 단체에 후원금을 납부하고, 반성문을 쓰는 등의 행동은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를 향해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2019년 성폭력 범죄 감경 사유에 따르면 판결문에 양형 기준 적용을 받았다고 기재된 성범죄 4825건 중 3420건(70.9%)이 감경요소로 '진지한 반성'을 적용받았다.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이 감형 사유로 채택되면서, 반성문 대필사이트까지 성행하는 실정이다. 네이버 카페인 '성범죄 전문지식 공유카페'에는 성범죄를 감형받기 위한 반성문 대필, 기부 및 봉사활동 문의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 이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가해자로부터 진정 어린 사과를 받는 것"이라며 "반성 여부의 판단 기준이 명확히 제시돼야 하며, 그 기준점은 '피해자 중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해 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한 '성범죄 양형기준에 대한 의견서'에서 "가해자의 반성 여부를 판단할 때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진지한 반성 여부를 양형과정에서 고려했다면, 어떤 점에서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판단했는지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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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가족성폭력상담소 () 답변

    5년 지하철에서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A씨는 2심에서 300만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 받았다. 선고유예는 해당 범죄에 대한 선고를 미룬 뒤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형벌권을 소멸하는 판결로, 사실상 직접 처벌은 피한 셈이다.

    6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시한 선고유예 이유는 '반성'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범죄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인 점, 성폭력예방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수강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정기후원금을 납부하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점"을 들어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고 인정되므로, 300만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선고 전 피해자 지원단체인 성폭력상담소에 무통장입금으로 월 10만원씩 5회 기부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재판 이후 단 1회만 더 기부금을 납부하고 후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현행 성범죄 양형기준 감경요소(형량을 낮추는 인자)에는 '진지한 반성'이 포함돼 있다. 이는 불법촬영 등의 디지털성범죄와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처럼 성범죄 판결에서 '진지한 반성'을 감형 사유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위주의 판결이 이뤄질 수 있고,  '진지한 반성'을 어떤 근거로 인정할지 객관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양형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발간한 '젠더폭력 범죄와 양형' 자료집에서 "오로지 감형을 받기 위해 성폭력예방교육을 듣고 단체에 후원금을 납부하고, 반성문을 쓰는 등의 행동은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를 향해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2019년 성폭력 범죄 감경 사유에 따르면 판결문에 양형 기준 적용을 받았다고 기재된 성범죄 4825건 중 3420건(70.9%)이 감경요소로 '진지한 반성'을 적용받았다.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이 감형 사유로 채택되면서, 반성문 대필사이트까지 성행하는 실정이다. 네이버 카페인 '성범죄 전문지식 공유카페'에는 성범죄를 감형받기 위한 반성문 대필, 기부 및 봉사활동 문의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 이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가해자로부터 진정 어린 사과를 받는 것"이라며 "반성 여부의 판단 기준이 명확히 제시돼야 하며, 그 기준점은 '피해자 중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해 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한 '성범죄 양형기준에 대한 의견서'에서 "가해자의 반성 여부를 판단할 때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진지한 반성 여부를 양형과정에서 고려했다면, 어떤 점에서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판단했는지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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